괘의
중부의 마음으로 처신하면 모든 일을 잘 이룰 수 있다. 그러나 때로는 조금 지나친 듯해야 할 상황도 있다. 공손함과 절약과 불우한 자에 대한 도움이 그것이다(行過乎恭).
괘명과 괘상
외괘가 진뢰(震雷)☳, 내괘가 간산(艮山)☶으로 이루어진 괘를 '소과(小過)'라고 합니다. 산 위에 우레가 울리니 조금 지나치다는 뜻이며, 음(陰)이 넷 양(陽)이 둘로 음이 많은데다가 음이 양을 둘러싸고 있어 작은 것, 즉 음(陰)이 지나치다는 의미를 나타냅니다. 음(陰)이 지나치다는 소과괘(小過卦)는 하경(下經)을 마무리하는 화수미제(火水未濟)괘에 앞서 62번째에 위치하고 있으며, 상경(上經)을 마무리함에는 양(陽)이 지나치다는 택풍대과(澤風大過)괘가 중수감괘에 앞서 28번째에 있습니다. 상경은 양(陽)의 시대이므로 양이 지나치다는 택풍대과괘를 두었고, 하경은 음(陰)의 시대이므로 음이 지나치다는 뇌산소과괘로 마무리를 하고 있습니다.
소과괘(小過卦)는 또한 상경에 있는 중화리(重火離)괘의 초효와 상효가 함께 변한 괘이기도 합니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중화리괘와 뇌화풍괘, 화산려괘, 뇌산소과괘는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이 네 괘는 호괘(互卦)가 모두 택풍대과(澤風大過)이니 역시 선후천이 바뀌는 큰 변화와 관련이 되어 있습니다.
서괘
有其信者는 必行之라 故로 受之以小過하고
유기신자 필행지 고 수지이소과
그 믿음을 두는 자는 반드시 행하게 된다. 그러므로 소과로써 받고
중부(中孚)의 돈독한 믿음을 가진 자는 반드시 행할 바가 있습니다. 따라서 조금 지나친다는 의미의 소과괘(小過卦)를 중부괘(中孚卦) 다음에 배치하였습니다.
괘의 순서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설명은 괘의 내용을 통해 파악해야 합니다. 풍택중부(風澤中孚)괘를 배합하면 뇌산소과(雷山小過)괘가 되는데, 중부(中孚)의 돈독한 마음을 상실하면 행실이 지나치게 됩니다. 이는 마치 사이비(似而非) 종교(宗敎)의 광신도(狂信徒)가 세상을 등지고 그릇된 믿음을 추구하는 것과 유사한데, 중부괘(中孚卦)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육삼효와 상구효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중부괘(中孚卦) 상구효사에서는 "나는 소리가 하늘에 오르니 고집해서 흉하다"라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새의 형상을 지닌 소과괘(小過卦)가 중부괘(中孚卦) 다음에 위치하게 된 것입니다.
괘사
小過는 亨하니 利貞하니 可小事오 不可大事니 飛鳥遺之音에 不宜上이오 宜下면 大吉하리라.
소과 형 이정 가소사 불가대사 비조유지음 불의상 의하 대길
소과(小過)는 형통하니 바르게 함이 이로우니, 작은 일은 가능하고 큰일은 가능하지 못하니, 나는 새가 소리를 남김에 올라감은 마땅하지 않고, 마땅히 아래로 내려오면 크게 길할 것이다.
음의 기운이 지나친 소과(小過)의 도를 잘 행하면 형통합니다. 그러나 바르게 함이 이롭습니다. 음(陰)이 주관하는 상황이므로 작은 일은 가능하나 큰일을 도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작은 일에 충실히 처신해야 하며, 분수를 벗어난 큰일을 추구해서는 안 됩니다. 중부괘(中孚卦)에서 나는 소리가 하늘에 이르는 것과 같이, 나는 새가 소리를 남기는 형상입니다. 이는 현실을 벗어나 허상을 좇는 것이므로, 계속 상승하면 흉하며, 현실의 자기 위치로 돌아와 분수에 맞게 행동하면 크게 길합니다. 단전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단사
彖曰 小過는 小者 過而亨也니 過以利貞은 與時行也니라.
단왈 소과 소자 과이형야 과이이정 여시행야
柔得中이라 是以小事 吉也오 剛失位而不中이라 是以不可大事也니라.
유득중 시이소사 길야 강실위이부중 시이불가대사야
有飛鳥之象焉하니라.
유비조지상언
飛鳥遺之音不宜上宜下大吉은 上逆而下順也일새라.
비조유지음불의상의하대길 상역이하순야
단전에 말하였다. “소과(小過)는 작은 것이 지나쳐서 형통한 것이니, 지나치되 바르게 해서 이로움은 때와 더불어 행하는 것이다. 유(柔)가 중을 얻었으니, 이로써 작은 일은 길하고, 강(剛)이 자리를 잃고 가운데하지 못하니, 이로써 큰일은 가능하지 않다. 나는 새의 상이 있다. ‘나는 새가 소리를 남김에 올라가는 것은 마땅하지 않고, 마땅히 아래로 내려오면 크게 길한 것’은 올라가는 것은 거스르고 내려오는 것은 순하기 때문이다.”
괘상사
象曰 山上有雷 小過니 君子 以하야 行過乎恭하며 喪過乎哀하며 用過乎儉하나니라.
상왈 산상유뢰 소과 군자 이 행과호공 상과호애 용과호검
상전에 말하였다. “산 위에 우레가 있는 것이 소과(小過)니, 군자가 이를 본받아 행실은 공손한데 지나치며, 초상은 슬퍼하는데 지나치며, 쓰는 것은 검소한데 지나친다.”
산 위에 우레가 있는 것이 소과(小過)입니다. 내괘의 간산(艮山)☶은 후덕하게 겸손하지만, 그 위에 우레가 발동하고 있어 조금 지나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을 보고 군자는 행실에 있어서는 조금 지나치더라도 공손하게 하며, 초상(初喪)에 있어서는 조금 지나치더라도 슬퍼하며, 경제적 삶에 있어서는 조금 지나치더라도 검소하게 합니다.
효사 및 효상사
초육(初六)
飛鳥라 以凶이니라.
비조 이흉
초육은 나는 새이다. 흉하다.
초육은 내괘 간산(艮山)☶의 아래에 위치하여 안정적으로 머물러야 하는 위치에 있습니다. 하지만 양의 자리에 음이 위치하여 적절하지 않으며 중도를 이루지 못했습니다. 이는 자신의 위치를 벗어나 부적절하게 상승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니 불길한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습니다. 초육이 변화하면 이화(離火)☲가 되어 더욱 상승하려는 성질을 띠게 되어 재앙을 맞이하게 됩니다. 초효가 변하면 지괘(之卦)는 뇌화풍괘로 전환됩니다.
象曰 飛鳥以凶은 不可如何也라.
상왈 비조이흉 불가여하야
상전에 말하였다. “나는 새라서 흉함은 가히 어찌할 수 없다.”
육이(六二)
過其祖하야 遇其妣니 不及其君이오 遇其臣이면 无咎리라.
과기조 우기비 불급기군 우기신 무구
육이는 그 할아버지를 지나서 그 할머니를 만나니, 그 인군에 미치지 않고 그 신하를 만나면 허물이 없을 것이다.
이는 신하의 위치에 있는 육이가 군주인 육오를 직접 대면하는 것이 부적절함을 시사합니다. 따라서 육이는 반드시 구사라는 매개를 통해 소통해야 하며, 이것이 바람직한 의사전달 방식입니다.
象曰 不及其君은 臣不可過也라.
상왈 불급기군 신불가과야
상전에 말하였다. “그 인군에 미치지 않음은 신하가 가히 지나칠 수 없는 것이다.”
구삼(九三)
弗過防之면 從或戕之라 凶하리라.
불과방지 종혹장지 흉
구삼은 지나치게 막지 않으면 좇아 혹 상하게 한다. 흉할 것이다.
象曰 從或戕之 凶如何也오.
상왈 종혹장지 흉여하야
상전에 말하였다. “좇아 혹 상하게 하니 흉함이 어떠하겠는가?”
구사(九四)
无咎하니 弗過하야 遇之니 往이면 厲라 必戒며 勿用永貞이니라.
무구 불과 우지 왕 려 필계 물용영정
구사는 허물이 없으니, 지나지 않아서 만나니, 가면 위태하다. 반드시 경계하며, 영구히 고집하지 말라.
象曰 弗過遇之는 位不當也오 往厲必戒는 終不可長也일새라.
상왈 불과우지 위부당야 왕려필계 종불가장야
상전에 말하였다. “지나지 않아서 만남은 자리가 마땅하지 않은 것이고, 가면 위태로워 반드시 경계하라는 것은 마침내 오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육오(六五)
密雲不雨는 自我西郊니 公이 弋取彼在穴이로다.
밀운불우 자아서교 공 익취피재혈
육오는 구름이 빽빽하되 비가 내리지 않는 것은 내가 서쪽 교외로부터 함이니, 공(公)이 저 구멍에 있는 것을 쏘아 취하도다.
이러한 상황은 마치 구름이 두텁게 모여있으나 실제로 비가 내리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이는 주나라의 서백 문왕이 백성을 위한 정치를 펼치고자 했으나, 폭군 주왕에 의해 유리옥에 감금되어 선정을 베풀지 못했던 상황과 유사합니다. 외호괘가 태택으로 수분을 품고 있으나 외괘가 진뢰로 변화하여 비를 내리지 못하며, 육오의 변화로 외괘가 태택의 수분을 머금었다가 건천으로 전환되어 결국 비를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 됩니다.
주목할 만한 점은 64괘 중 '소(小)'자가 포함된 괘에서 "密雲不雨 自我西郊"라는 구절이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뇌산소과괘의 육오 효사와 상경의 풍천소축괘 괘사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象曰 密雲不雨는 已上也일새라.
상왈 밀운불우 이상야
상전에 말하였다. “구름이 빽빽하되 비가 오지 않는 것은 이미 올라갔기 때문이다.”
상육(上六)
弗遇하야 過之니 飛鳥 離之라 凶하니 是謂災眚이라.
불우 과지 비조 이지 흉 시위재생
상육은 만나지 않고 지나치니, 나는 새가 떠난다. 흉하니, 이를 ‘재앙(災眚)’이라고 일컫는다.
상육은 소과괘의 최상단에 위치하여 적정선을 초과한 상태입니다. 백성과 신하들은 물론 육오 군주와도 소통이 단절되어 마치 날아가는 새처럼 멀어져 갑니다. 이는 현실적 기반을 상실하고 이상적 환상을 추구하는 것과 같아 불길한 징조를 나타냅니다. 이와 같이 현실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비현실적 이상을 추구하는 것이 바로 재앙의 시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象曰 弗遇過之는 已亢也라.
상왈 불우과지 이항야
상전에 말하였다. “만나지 않고 지나쳐가는 것은 이미 올라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