괘의
모든 것이 해결되고 완결되어 마무리되었을 때 다음을 생각하는 군자는 항상 근심될 것을 생각하여 미리 예방하여야 한다(思患豫防).
괘명과 괘상
《주역(周易)》의 구조는 체계적이고 원리적입니다. 상경(上經)은 산뢰이(山雷頤)·택풍대과(澤風大過)·중수감(重水坎)·중화리(重火離)로 마무리되는데, 이괘(頤卦)는 이(離)☲의 상이며, 대과괘(大過卦)는 감(坎)☵의 상입니다. 그리고 물이 거듭된 감괘(坎卦)와 불이 거듭된 이괘(離卦)로 끝을 맺고 있습니다. 한편 하경(下經)에서는 중부괘(中孚卦)가 이(離)☲의 상이고, 소과괘(小過卦)는 감(坎)☵의 상이며, 물불(水火)이 상호 작용하는 수화기제괘와 화수미제괘로 마무리됩니다.
서괘
有過物者는 必濟라 故로 受之以旣濟하고
유과물자 필제 고 수지이기제
물건을 지나침이 있는 자는 반드시 건넌다. 그러므로 기제로써 받고
뇌산소과(雷山小過)괘에서는 절제와 균형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고 중용의 도를 따르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성공적인 완수를 상징하는 기제괘(旣濟卦)가 소과괘(小過卦) 다음에 위치하게 되었습니다.
괘사
旣濟는 亨이 小니 利貞하니 初吉코 終亂하니라.
기제 형 소 이정 초길 종란
기제(旣濟)는 형통함이 작으니, 바르게 함이 이로우니, 처음은 길하고 마침은 어지럽다.
기제(旣濟)는 모든 요소가 최적의 위치에 도달한 완성된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완벽한 균형이 이루어진 시점에서는, 더 이상의 진전 가능성이 제한되어 형통함이 상대적으로 작아집니다. 내괘의 이화(離火)☲는 문명의 발전을 상징하는 반면, 외괘의 감수(坎水)☵는 도전과 난관을 나타냅니다. 이러한 구조에서 내괘의 중심에 위치한 육이 음(陰)의 안정적 특성이 긍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나 이러한 안정성은 일시적이며, 외괘로의 전환 과정에서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완성 이후에 새로운 혼란이 찾아올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단전에서는 이러한 원리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단사
彖曰 旣濟亨은 小者 亨也니 利貞은 剛柔 正而位當也일새라.
단왈 기제형 소자 형야 이정 강유 정이위당야
初吉은 柔得中也오 終止則亂은 其道 窮也라.
초길 유득중야 종지즉란 기도 궁야
단전에 말하였다. “기제(旣濟)가 형통함은 작은 것이 형통하니, ‘바르게 함이 이로움’은 강(剛)과 유(柔)가 바르게 되어 자리가 마땅하기 때문이다. ‘처음은 길한 것’은 유(柔)가 중을 얻은 것이고, ‘마침내 그치면 곧 어지럽게 됨’은 그 도가 궁한 것이다.”
괘상사
象曰 水在火上이 旣濟니 君子 以하야 思患而豫防之하나니라.
상왈 수재화상 기제 군자 이 사환이예방지
상전에 말하였다. “물이 불 위에 있는 것이 기제(旣濟)니, 군자가 이를 본받아 근심될 것을 생각하여 미리 막는다.”
기제괘(旣濟卦)의 상은 물이 불 위에 위치한 형상을 나타냅니다. 내괘의 이화(離火)☲가 상징하는 문명의 발전이 외괘의 감수(坎水)☵로 인해 제약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명한 군자는 잠재적 위험을 예측하고 적절한 예방 조치를 취합니다. 안정과 평화가 지배적일 때일수록, 군자는 미래의 도전에 대한 준비를 게을리하지 않습니다. 이는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원칙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노자 《도덕경(道德經)》 제64장에 다음 구절이 있다.
민중이 일을 수행함에 있어 대부분 완성 단계에서 실패하게 되는데, 시작할 때와 같은 신중함으로 마무리한다면 실패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이는 기제괘(旣濟卦)가 나타내는 완성된 상태에서의 중요한 교훈입니다. 각 요소가 적절한 위치에 있을 때, 그 위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초효에서 상효까지 음양(陰陽)의 조화가 잘 이루어져 있으나, 이는 단순한 상호작용이 아닌 각자가 자신의 본분과 책임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효사 및 효상사
초구(初九)
曳其輪하며 濡其尾면 无咎리라.
예기륜 유기미 무구
초구는 그 수레를 끌며 그 꼬리를 적시면 허물이 없을 것이다.
기제괘(旣濟卦)의 초구에서는 모든 과정이 완료된 상태로, 더 이상의 진전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외괘의 감수(坎水)☵가 상징하는 도전적 상황이 전방에 놓여있으므로, 내괘 이화(離火)☲의 움직임을 신중히 제어해야 합니다. 이는 마치 위험한 물을 앞두고 수레를 멈추거나, 물에 꼬리를 적셔 전진을 자제하는 것과 같은 현명한 판단입니다. 초구의 변화는 내괘를 간산(艮山)☶으로 전환시키며, 이는 현재 위치에서의 안정을 유지해야 함을 시사합니다(艮爲止). 더욱이, 초구의 변화로 인해 지괘(之卦)가 수산건(水山蹇)괘로 변환될 경우, 불필요한 위험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象曰 曳其輪은 義无咎也니라.
상왈 예기륜 의무구야
상전에 말하였다. “그 수레를 끄는 것은 의리가 허물이 없는 것이다.”
육이(六二)
婦喪其茀이니 勿逐하면 七日애 得하리라.
부상기불 물축 칠일 득
육이는 지어미가 그 포장(얼굴을 가리는 것)을 잃으니, 쫓지 않으면 7일 만에 얻을 것이다.
象曰 七日得은 以中道也라.
상왈 칠일득 이중도야
상전에 말하였다. “7일 만에 얻음은 중도(中道)로 하는 것이다.”
구삼(九三)
高宗이 伐鬼方하야 三年克之니 小人勿用이니라.
고종 벌귀방 삼년극지 소인물용
구삼은 고종(高宗)이 귀방(鬼方)을 쳐서 삼년 만에 이기니, 소인은 쓰지 말라.
구삼은 나라로 보면 변방(邊方)을 지키는 지방 제후에 해당됩니다. 외괘가 감수(坎水)☵로 험한 오랑캐가 있는데, 나라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변방(鬼方)의 오랑캐를 정벌하는데 3년 만에 이기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고종(高宗)은 은(殷)나라의 왕 무정(武丁)을 지칭하는데, 무정이 은나라를 지키기 위해 귀방(鬼方)의 오랑캐를 정벌하는데 오랜 기간에 걸쳐 힘들게 이겼다는 고사(古事)에서 인용된 문장입니다. 3년 만에 이겼다는 것은 그만큼 힘들고 고달팠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구삼이 변하면 지괘(之卦)가 수뢰둔(水雷屯)괘가 되니 어려운 상황임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천하를 평정하고 나라를 세우는 데는 항상 소인(小人)을 경계해야 합니다. 소인은 언제나 기회를 포착하면 나라를 어지럽히기 때문입니다. 전쟁을 묘사하고 있는 상경(上經) 지수사(地水師)괘 상육효를 다시 심도 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上六은 大君이 有命이니 開國承家애 小人勿用이니라.
상육은 대군이 명을 두니 나라를 열고 집을 이음에 소인은 쓰지 말라.
象曰 大君有命은 以正功也오 小人勿用은 必亂邦也일새라
상전에 말하였다. “대군이 명을 둠은 공을 바르게 하는 것이고, 소인을 쓰지 말라는 것은 반드시 나라를 어지럽히기 때문이다.
象曰 三年克之는 憊也라.
상왈 삼년극지 비야
상전에 말하였다. “삼년 만에 이김은 고달픈 것이다.”
육사(六四)
繻애 有衣袽코 終日戒니라.
유 유의여 종일계
육사는 새는데 헤진 옷(걸레)을 두고 종일토록 경계한다.
육사는 외괘 감수(坎水)☵의 하단에 위치하여 위험한 물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자리에 있습니다. 따라서 육사의 대신(大臣)은 아래의 이화(離火)☲가 지닌 밝은 기운을 보호하기 위해, 물이 스며드는 것을 방지하고자 걸레로 종일 경계하며 대비합니다. 이는 북방 감수(坎水)☵의 위치에서 외부 세력의 위협적인 움직임을 경계해야 하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만약 육사가 변화하여 지괘(之卦)가 택화혁(澤火革)괘가 된다면, 충분한 대비가 없을 시 큰 변화가 일어나 국가에 혼란이 초래될 수 있습니다.
수(繻)는 본래 고운 명주를 뜻하나, 본 맥락에서는 유(濡)의 의미로 해석하여 수분이 스며들고 새는 현상을 지칭합니다.
象曰 終日戒는 有所疑也라.
상왈 종일계 유소의야
상전에 말하였다. “종일토록 경계함은 의심할 바가 있는 것이다.”
구오(九五)
東隣殺牛 不如西隣之禴祭 實受其福이니라.
동린살우 불여서린지약제 실수기복
구오는 동쪽 이웃이 소를 잡는 것이 서쪽 이웃이 간략한 제사로 실제로 그 복을 받는 것만 같지 못하다.
구오의 현명한 군주는 태평성대에도 종묘와 사직을 성실히 관리하며, 백성들의 안녕을 위해 천제께 정중히 제사를 봉헌해야 합니다. 단순히 화려한 의례나 풍성한 제물이 아닌, 적절한 시기에 정성을 다한 간소한 제사가 더욱 가치 있습니다.
이는 적시에 적절한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국가든, 가정이든, 개인이든 모든 일에서 '사후약방문'과 같은 뒤늦은 대처는 피해야 합니다.
象曰 東隣殺牛 不如西隣之時也니 實受其福은 吉大來也라.
상왈 동린살우 불여서린지시야 실수기복 길대래야
상전에 말하였다. “동쪽 이웃이 소를 잡음이 서쪽 이웃의 때만 같지 못하니, 실제로 그 복을 받음은 길함이 크게 오는 것이다.”
상육(上六)
濡其首라 厲하니라.
유기수 려
상육은 그 머리를 적신다. 위태하다.
象曰 濡其首厲 何可久也리오.
상왈 유기수려 하가구야
상전에 말하였다. “그 머리를 적셔 위태함이 어찌 오래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