괘의
안으로는 공경하는 마음과 밖으로는 의로움이 겸비될 때 진정한 덕(德)으로 세상을 교화할 수 있다. 하늘도 만물을 어진 덕으로 생화하지만 숙살지기로 결실을 거두듯이, 국가를 유지하고 사회의 원만한 질서를 위해서는 때로는 엄격한 징벌이 필요하다(折獄致刑).
괘명과 괘상
외괘가 진뢰(震雷)☳, 내괘가 이화(離火)☲로 이루어진 괘를 '풍(豐)'이라고 합니다. 내괘는 불이며, 외괘는 우레입니다. 뇌화풍(雷火豐)괘와 다음의 화산려(火山旅)괘는 상경(上經)의 화뢰서합(火雷噬嗑)괘·산화비(山火賁)괘와 더불어 형벌(刑罰)을 의미합니다. 특히 화뢰서합괘와 뇌화풍괘는 형벌의 기본원칙을 정하고 있습니다. 즉 화뢰서합괘에서는 '벌을 밝히고 법을 제정하고(明罰勅法)', 뇌화풍괘에서는 '옥을 판단하고 형벌을 이루는(折獄致刑)' 것입니다. 뇌화풍괘는 형벌을 엄하게 집행하는 괘입니다.
서괘
得其所歸者 必大라 故로 受之以豐하고
득기소귀자 필대 고 수지이풍
그 돌아갈 바를 얻은 자는 반드시 커진다. 그러므로 풍(豐)으로써 받고
뇌택귀매(雷澤歸妹)괘에서 돌아갈 바를 얻게 되면 그 자리에서 커지게 됩니다. 그래서 풍대(豊大)하다는 풍괘(豐卦)를 다음에 두었습니다.
「서괘전(序卦傳)」은 괘명(卦名)을 중심으로 그 의미를 순서대로 전달하고자 풀이하고 있습니다. 괘의 순서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는 도움이 되지만, 본래의 의미와 다소 거리가 있는 설명이 있는데 바로 이 부분이 대표적입니다. 원리적으로 보면, 뇌택귀매괘는 모든 사회현상이 매우 부당한 상황을 의미하니, 이 혼란의 극치에 이르러 인간은 명(命)을 마치고 사라지게 됨을 알아야 한다고 경계한 것입니다(永終 知敝). 그러한 귀매괘 다음에는 이른바 하늘의 재앙 즉 큰 형벌이 이릅니다. 극도의 혼란을 징계하는 형벌은 하늘의 큰 형벌입니다. 이것은 인간이 정한 세속적 형벌과는 다릅니다. 뇌화풍괘는 《주역》 55번째에 있습니다. 55수는 하도(河圖) 수(數)의 총합이기도 합니다. 「계사상전」 제9장은 다음과 같이 하도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天一 地二 天三 地四 天五 地六 天七 地八 天九 地十이니 天數 五오 地數 五니 五位相得하며 而各有合하니 天數 二十有五오 地數 三十이라. 凡天地之數 五十有五니 此 所以成變化하며 而行鬼神也라.
하늘 하나, 땅 둘, 하늘 셋, 땅 넷, 하늘 다섯, 땅 여섯, 하늘 일곱, 땅 여덟, 하늘 아홉, 땅 열이니, 하늘 수가 다섯이요, 땅의 수가 다섯이니, 다섯 자리가 서로 얻으며 각각 합함이 있으니, 하늘 수는 25요, 땅의 수는 30이다. 무릇 천지의 수가 55니, 이것이 변화를 이루며 귀신을 행한다.
괘사
豐은 亨하니 王이아 假之하나니 勿憂홀전 宜日中이니라.
풍 형 왕 격지 물우 의일중
풍(豐)은 형통하니 왕이 이르니 근심치 말 것이니 마땅히 해가 가운데이다.
풍(豐)은 형통합니다. 이는 지상(地上)의 만물이 풍대(豊大)하여 인간의 삶이 풍요롭기 때문이 아닌, 우레와 불을 통한 하늘의 심판으로 인간사회가 바르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사회의 징벌을 위해 왕(王)이 도래하니, 인간으로서는 근심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는 근심으로 회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질문명이 극대화되고 정신문명이 쇠퇴한 시대이므로, 인간의 과오로 인한 하늘의 징벌이 필연적입니다.
단사
彖曰 豐은 大也니 明以動이라 故로 豐이니 王假之는 尙大也오 勿憂宜日中은 宜照天下也라.
단왈 풍 대야 명이동 고 풍 왕격지 상대야 물우의일중 의조천하야
日中則昃하며 月盈則食하나니 天地盈虛도 與時消息이온 而況於人乎며 況於鬼神乎여.
일중즉측 월영즉식 천지영허 여시소식 이황어인호 황어귀신호
풍(豐)은 광대한 것입니다. 내괘 이화(離火)☲의 밝음과 외괘 진뢰(震雷)☳의 움직임이 결합되어 풍대(豊大)를 이룹니다. '왕이 이른다'는 것은 천하를 다스리는 왕으로서의 숭고한 의미를 지닙니다. '근심치 말고 마땅히 일중(日中)'이라 함은 천하를 공정하게 비추기 위함입니다. 해가 정점에 이르면 자연히 기울고, 달이 차면 이내 기우는 것처럼, 천지의 충만과 결핍도 시기에 따라 순환하는데, 하물며 인간사회와 귀신의 일이겠습니까! 이는 모든 존재가 천지의 이치를 따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而況於人乎며 況於鬼神乎여"라는 구절은 중천건(重天乾)괘 구오효사를 해설한 「문언전(文言傳)」에서 유래했습니다. 중천건괘 구오효와 뇌화풍괘의 깊은 연관성은 주목할 만한 사항입니다.
夫大人者는 與天地合其德하며 與日月合其明하며 與四時合其序하며 與鬼神合其吉凶하야 先天而天弗違하며 後天而奉天時하나니 天且弗違온 而況於人乎며 況於鬼神乎여.
진정한 대인이란 천지와 더불어 덕을 함께하고, 일월과 더불어 밝음을 나누며, 사계절과 더불어 질서를 이루고, 귀신과 더불어 길흉을 공유하여, 하늘보다 앞서 행하여도 하늘이 거스르지 않으며, 하늘을 좇아 행하여도 시기에 맞으니, 하늘조차 어기지 않는데, 하물며 인간이며, 하물며 귀신이겠습니까!
괘상사
象曰 雷電皆至 豐이니 君子 以하야 折獄致刑하나니라.
상왈 뇌전개지 풍 군자 이 절옥치형
상전에 말하였다. “우레와 번개가 다 이르는 것이 풍(豐)이니, 군자가 이를 본받아 옥(獄)을 판결하고 형벌을 이룬다.”
외괘의 우레☳와 내괘의 번개☲가 동시에 나타나는 것이 풍(豐)의 의미입니다. 이러한 현상을 통해 군자는 사법적 판단을 내리고 정의를 구현합니다. 이는 법과 질서를 엄정하게 집행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상경의 화뢰서합(火雷噬嗑)괘가 법치주의의 기본 원칙을 제시한다면, 뇌화풍괘는 그 실천적 집행을 상징합니다. 이를 화뢰서합괘의 괘상전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火雷噬嗑卦
象曰 雷電이 噬嗑이니 先王이 以하야 明罰勅法하니라.
상전에 말하였다. "우레와 번개가 서합이니, 선왕이 이를 본받아 벌을 밝히고 법을 제정하였다."
뇌화풍괘의 효사(爻辭)는 상당히 심오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일상적인 해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우며, 기독교 《성경》의 「요한계시록」처럼 깊은 통찰이 필요합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뇌화풍괘의 각 효가 변화할 때마다 중대한 전환이나 시련과 연관되어 있어, 이 괘가 지닌 깊은 함의를 엿볼 수 있습니다.
효사 및 효상사
초구(初九)
遇其配主호대 雖旬이나 无咎하니 往하면 有尙이리라.
우기배주 수순 무구 왕 유상
초구는 그 짝이 되는 주인을 만나되, 비록 평등하게 하나 허물이 없으니, 가면 숭상함이 있을 것이다.
초구는 서민층의 위치를 나타냅니다. 뇌화풍의 중대한 변혁기에서는 기존의 사회적 계층 구조가 재정립됩니다. 이는 마치 절대자 앞에서 모든 인간이 동등한 가치를 지니는 것과 같습니다. 무고한 백성이 풍괘의 심판 상황에서 지도자를 만났을 때, 과거의 신분 차이에 구애받지 않고 평등하게 대우하면 잘못이 없습니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동등하며, 서로를 지배하려 해서는 안 됩니다. 이러한 원칙을 따르면 본연의 모습을 되찾아 존중받을 수 있으나, 평등의 경계를 넘어 타인을 지배하려 하면 화를 자초하게 됩니다.
象曰 雖旬无咎니 過旬이면 災也리라.
상왈 수순무구 과순 재야
상전에 말하였다. “비록 평등하게 하면 허물이 없으니, 평등함을 지나치면 재앙이 될 것이다.”
육이(六二)
豊其蔀라. 日中見斗니 往하면 得疑疾하리니 有孚發若하면 吉하리라.
풍기부 일중견두 왕 득의질 유부발약 길
육이는 그 포장이 풍성하다. 한 낮에 두수(斗宿)를 보니, 가면 의심의 병을 얻을 것이니, 믿음을 두어 발하는듯하면 길할 것이다.
육이는 내괘 이화(離火)☲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풍괘(豐卦)의 번영기에서 이화(離火)☲는 표면적 화려함이 절정에 달한 상태를 나타냅니다. 이는 사회가 물질적 풍요를 이룬 정점을 의미합니다. 이때 동북방의 두성(斗星)이 대낮에 보이는데, 두성은 28수 중 북방칠수(北方七宿)에 속합니다.
대낮에 별이 보이는 현상은 세상의 질서가 크게 바뀌는 징조입니다. 이러한 변혁기에는 많은 이들이 불안과 혼란에 빠지게 되며, 이로 인해 타인으로부터 의심과 질투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진정성을 가지고 소신있게 행동한다면, 결국 대중의 지지를 얻어 길한 결과를 맺을 수 있습니다.
사법적 관점에서는, 형무소의 어둠 속에서 한낮임에도 별이 보이는 상황으로 해석됩니다. 이는 같은 처지의 재소자들로부터 의심을 받을 수 있으나, 진실된 태도로 임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象曰 有孚發若은 信以發志也라.
상왈 유부발약 신이발지야
상전에 말하였다. “믿음을 두고 발하는듯함은 믿음으로써 뜻을 발하는 것이다.”
구삼(九三)
豐其沛라. 日中見沬오 折其右肱이니 无咎니라.
풍기패 일중견매 절기우굉 무구
구삼은 그 장막이 풍성하다. 한낮에 작은 별을 보고, 그 오른팔을 끊으니 허물할 데가 없다.
구삼의 위치는 중도를 벗어나 있으며, 양의 자리에서 지나치게 강한 성향을 보입니다. 이는 마치 화려한 장막과 깃발로 자신을 감추어 진실된 모습이 가려진 상태와 같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한낮임에도 작은 별이 보이는 비정상적인 현상으로 비유됩니다. 오른팔을 잃는 형벌을 받게 되어 누구도 비난할 수 없는 처지가 됩니다. 여기서 풍성한 장막이란 인간 본연의 모습이 아닌 허례허식과 과도한 명예욕으로 가려진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는 정신적 혼미함을 상징하는 것으로, 육이의 경우처럼 구속된 상태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 구삼은 오른팔을 잃는 벌을 받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없게 되며, 그 효용가치를 상실하게 됩니다.
象曰 豐其沛라 不可大事也오 折其右肱이라 終不可用也라.
상왈 풍기패 불가대사야 절기우굉 종불가용야
상전에 말하였다. “그 장막에 풍성하다. 큰 일을 하지 못할 것이요, 그 오른팔을 끊는다. 마침내 쓰지 못한다.”
구사(九四)
豊其蔀라. 日中見斗니 遇其夷主하면 吉하리라.
풍기부 일중견두 우기이주 길
구사는 그 포장이 풍성하다. 한낮에 두성(斗星)을 보니, 그 평등한 주인을 만나면 길할 것이다.
象曰 豊其蔀는 位不當也일새오 日中見斗는 幽不明也일새오 遇其夷主는 吉行也라.
상왈 풍기부 위부당야 일중견두 유불명야 우기이주 길행야
상전에 말하였다. “그 포장이 풍성함은 위(位)가 마땅하지 않기 때문이요, 한낮에 두성을 봄은 어두워서 밝지 못하기 때문이요, 그 평등한 주인을 만남은 길하게 행하는 것이다.”
육오(六五)
來章이면 有慶譽하야 吉하리라.
래장 유경예 길
육오는 빛남을 오게 하면, 경사와 명예가 있어서 길할 것이다.
육오는 음효가 양의 자리에 위치하여 적절하지 않으나, 외괘에서 중심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불과 우레의 강렬한 기운이 넘치지만, 실제로는 깊은 어둠 속에 있는 것이 풍괘(豐卦)의 상황입니다. 군주의 위치에 있는 육오가 참된 밝음을 불러오면 자연스럽게 경사와 명예가 따를 것입니다. 이는 길한 징조입니다. 육오가 변화하면 지괘(之卦)는 택화혁(澤火革)괘가 되는데, 혁괘(革卦)의 구오효사에서는 "대인이 호랑이처럼 변화하니 점을 치지 않아도 신뢰할 만하다(九五는 大人이 虎變이니 未占애 有孚니라)"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象曰 六五之吉은 有慶也라.
상왈 육오지길 유경야
상전에 말하였다. “육오의 길함은 경사가 있는 것이다.”
상육(上六)
豐其屋하고 蔀其家라. 闚其戶하니 闃其无人하야 三歲라도 不覿이로소니 凶하니라.
풍기옥 부기가 규기호 격기무인 삼세 부적 흉
상육은 그 집을 풍대하게 하고 그 집을 덮는다. 그 문을 엿보니 고요해서 그 사람이 없어서 3년이라도 보지 못하니 흉하다.
현대 물질문명의 발전으로 인해 도시 경관이 변화하면서, 고층 건물들이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지배하고 소규모 주거지를 압도하고 있습니다. 각 거주공간을 살펴보면 실질적인 거주자와의 교류가 부재한 상태가 지속되어 3년이 지나도록 접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며, 이는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입니다. 이러한 도시화 현상은 현대 대도시의 주거 환경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으며, 이는 인류의 과도한 야망을 상징하는 바벨탑의 교훈과 맥을 같이 합니다.
象曰 豐其屋은 天際翔也오 闚其戶闃其无人은 自藏也라.
상왈 풍기옥 천제상야 규기호격기무인 자장야
상전에 말하였다. “그 집을 풍대하게 함은 하늘 끝까지 오름이요, 그 문을 엿보아 고요해서 그 사람이 없음은 스스로 감추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