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뇌택귀매

괘의

만상이 변화하여 무상한 현실세계에서 살고 있으면서도, 인간은 진정한 영원성을 추구하기보다는 현실세계의 영원함을 추구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현실세계는 항상 변하고 있다. 또한 동등한 사회적 관계가 있는 반면에 불평등한 사회적 관계도 있다. 이러한 모든 상황에 직면하여 대처해 나가는 군자가 되어야 한다(永終知敝).

괘명과 괘상

외괘가 진뢰(震雷)☳이고 내괘가 태택(兌澤)☱으로 구성된 괘를 '귀매(歸妹)'라고 합니다. 문자 그대로의 의미는 누이동생을 시집보낸다는 뜻입니다. 점괘(漸卦)와 귀매괘(歸妹卦)는 모두 여성의 혼인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습니다. 점괘(漸卦)가 정상적인 부부 관계의 예시를 보여주는 반면, 귀매괘(歸妹卦)는 비정상적인 남녀 관계를 의미합니다. 정상적인 예법에 따른 만남은 모범이 될 수 있으나, 비정상적인 만남은 제반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며 관계가 쉽게 단절될 수 있습니다.
정자(程子)는 『역전(易傳)』에서 택산함(澤山咸)괘와 뇌풍항(雷風恒)괘, 풍산점(風山漸)괘와 뇌택귀매(雷澤歸妹)괘를 비교하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咸恒은 夫婦之道요 漸歸妹는 女歸之義라. 咸與歸妹는 男女之情也니 咸은 止而說하고 歸妹는 動而說하니 皆以說也요 恒與漸은 夫婦之義也니 恒은 巽而動하고 漸은 止而巽하니 皆以巽順也니 男女之道와 夫婦之義 備於是矣라.
'함괘'와 '항괘'는 부부의 도이고, '점괘'와 '귀매괘'는 여자가 시집가는 뜻입니다. '함괘'와 '귀매괘'는 남녀의 정이니, '함괘'는 그쳐서 기뻐하고 '귀매괘'는 기뻐서 움직이므로 다 기뻐하는 것이고, '항괘'와 '점괘'는 부부의 뜻이니, '항괘'는 공손해서 움직이고 '점괘'는 그쳐서 공손하므로 다 손순한 것입니다. 남녀의 도와 부부의 의리가 여기에 갖추어져 있습니다.
뇌택귀매괘는 풍산점괘와 마찬가지로 삼음삼양(三陰三陽)괘로, 그 체는 지천태(地天泰)괘에 있습니다. 지천태괘 구삼효와 육사효가 서로 자리를 바꾸게 되니 뇌택귀매괘가 되는데, 뇌택귀매 육삼효는 양 자리에 음이 있어 부당하고 구사효 역시 음 자리에 양으로 있으니 부당합니다. 천지기운이 평안한 지천태괘에서 중간에 있어 인간사회를 의미하는 삼효와 사효가 자리를 바꾸면서 모두 자리가 부당하게 되니, 모든 상황이 부적절하게 되는 것입니다.

서괘

「서괘전」은 풍산점괘 다음에 뇌택귀매가 온 것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漸者는 進也니 進必有所歸라 故로 受之以歸妹하고
점자    진야   진필유소귀    고    수지이귀매
점(漸)이라는 것은 나아감이니, 나아가면 반드시 돌아가는 바가 있다. 그러므로 귀매(歸妹)로써 받고
진(漸)은 점진적 발전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발전만이 지속될 수는 없으며, 전진 후에는 필연적으로 회귀의 단계가 따릅니다. 이러한 순환의 원리를 반영하여, 점괘(漸卦) 이후에 여성의 귀가를 상징하는 귀매괘(歸妹卦)가 배치되었습니다.

괘사

歸妹는 征하면 凶하니 无攸利하니라.
귀매   정       흉       무유리
귀매(歸妹)는 가면 흉하니, 이로울 바가 없다.
귀매(歸妹)는 내괘의 태택(兌澤)☱이 기쁨을 상징하며, 외괘의 진뢰(震雷)☳가 움직임을 나타냅니다. 풍산점(風山漸)괘와 대조적으로, 점괘(漸卦)가 신중하고 겸손하게 진전을 이루는 것과 달리, 귀매괘(歸妹卦)는 감정에 치우쳐 경솔하게 행동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중용(中庸)의 길에서 벗어난 것으로, 결과적으로 불리한 상황을 초래하게 됩니다. 더욱이, 초효상효를 제외한 모든 효위가 부적절한 상태에 있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이로운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단전에서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논하고 있습니다.

단사

彖曰 歸妹는 天地之大義也니 天地不交而萬物이 不興하나니 歸妹는 人之終始也라.
단왈 귀매    천지지대의야 천지불교이만물    불흥         귀매    인지종시야
說以動하야 所歸 妹也니 征凶은 位不當也오 无攸利는 柔承剛也일새라.
열이동       소귀 매야    정흉 위부당야 무유리    유승강야
단전에 말하였다. “귀매(歸妹)는 천지의 큰 뜻이니, 천지가 사귀지 않으면 만물이 흥하지 않으니, 귀매(歸妹)는 사람의 마침과 시작이다. 기뻐함으로 움직여서 시집가는 바가 누이니, ‘가면 흉한 것’은 자리가 마땅하지 않은 것이고, ‘이로울 바가 없는 것’은 유(柔)가 강(剛)을 탔기 때문이다.”
귀매(歸妹)는 천지 질서의 근본적인 원리를 나타냅니다. 자연의 순환 속에서 조화와 부조화가 교차하며, 이는 필연적인 과정입니다. 천지의 상호작용이 원활하지 않으면 생명력이 저하되듯이, 현재 사회구조의 불균형으로 인해 각 요소들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귀매괘는 현 체제의 종결과 새로운 질서의 시작을 의미하며, 이는 사회 혁신의 필요성을 시사합니다.
괘덕으로 볼 때 내괘 태택(兌澤)☱이 표현하는 기쁨과 외괘 진뢰(震雷)☳가 나타내는 행동이 결합되어, 중용(中庸)의 길에서 벗어나 단기적 이익을 추구하거나 진정한 정신적 결합보다는 표면적 만족을 추구하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인간관계의 측면에서는, 정당하고 올바른 결합이 아닌 부차적이거나 비정상적인 관계를 맺게 되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전진이 불길한 이유는 두 번째 효위부터 다섯 번째 효위까지 모두가 부적절한 위치에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로움이 없는 것은 귀매괘의 구조적 특성에서 기인합니다. 내괘에서는 초구구이의 양(陽)의 기운 위에 육삼의 음(陰)이 자리잡고 있으며, 외괘에서는 구사의 양(陽) 위에 오효상효의 음(陰)이 위치해 있습니다. 이는 마치 본래 아래에 있어야 할 음(陰)이 양(陽)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형국으로, 이는 현재의 사회 구조와 상황이 그 근본적인 질서에서 이탈해 있음을 시사합니다.

괘상사

象曰 澤上有雷 歸妹니 君子 以하야 永終하야 知敝하나니라.
상왈 택상유뢰 귀매    군자 이       영종      지폐
상전에 말하였다. “연못 위에 우레가 있는 것이 귀매(歸妹)니, 군자가 이를 본받아 길이 마쳐서 떨어짐을 안다.”
귀매괘는 내괘 태택(兌澤)☱의 연못 위에 진뢰(震雷)☳의 우레가 존재하는 형상을 나타냅니다. 단순히 표면적인 즐거움만을 추구하며 행동하는 것은 인간의 본질적 가치에서 벗어나 결국 허망한 결말을 맞이하게 됩니다. 연못 위에서 울리는 우레는 기존의 안정된 질서를 교란시키고 심각한 혼란을 초래합니다. 군자는 이러한 현상을 관찰하여 덕(德)을 바탕으로 한 장기적 안목을 유지하며, 사회 질서가 붕괴되고 혼란스러워질 때 발생하는 개인과 사회의 쇠락을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효사 및 효상사

초구(初九)

歸妹以娣니 跛能履라. 征이면 吉하리라.
귀매이제    파능리    정       길
초구는 누이동생을 시집보내는데 제첩(娣妾)으로 보내니, 절름발이가 능히 밟는다. 가면 길할 것이다.
초구는 양의 자리에 양이 위치하여 올바른 위치에 있으나, 중심성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귀매괘의 전반적인 상황은 적절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혼인의 관점에서 보면, 누이동생이 정실이 아닌 첩의 신분으로 혼인하는 상황을 나타냅니다. 여기서 정식 신부를 수행하는 여성을 제질이라 하며, 첩을 제첩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충분한 역량이 있더라도 겸손하게 처신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비록 첩의 신분으로 혼인하더라도 이는 길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즉, 전체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초구는 자신의 능력을 겸손하게 드러내며 처신해야 합니다. 이러한 태도를 통해 지속적인 안정을 유지하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象曰 歸妹以娣나 以恒也오 跛能履吉은 相承也일새라.
상왈 귀매이제   이항야    파능리길    상승야
상전에 말하였다. “누이동생을 제첩으로 시집보내나 항상하고, 절름발이가 능히 밟아 길함은 서로 잇기 때문이다.”
부적절한 상황에서도 일관된 자세를 유지하며 자신의 입지를 확보해야 합니다. 때로는 겸손하고 신중한 태도로 임하여 주변 구성원들과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곧 현실의 제약을 수용하면서도 지혜롭게 대처하는 방법을 의미합니다.

구이(九二)

眇能視니 利幽人之貞하니라.
묘능시    이유인지정
구이는 내괘의 중심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음의 자리에 양이 위치하여 적절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내호괘는 이화(離火)☲로 밝은 시야를 상징하지만, 내괘가 태택(兌澤)☱이므로 시야가 제한된 상태를 나타냅니다. 이는 현재의 부적절한 상황에서 구이가 의도적으로 통찰력을 제한하고, 세속적인 가치에서 벗어나 도(道)를 추구하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 유익하다는 의미입니다.
象曰 利幽人之貞은 未變常也라.
상왈 이유인지정    미변상야
상전에 말하였다. “유인(幽人)의 바름이 이로움은 떳떳함을 변치 않는 것이다.”

육삼(六三)

歸妹以須니 反歸以娣니라.
귀매이수    반귀이제
육삼은 누이동생을 시집보내는데 기다림으로써 하니, 도리어 제첩(娣妾)으로 시집보낸다.
육삼은 음의 기운이 양의 자리에 위치하여 부적절한 상황에 놓여있으며, 중용의 덕목도 갖추지 못한 상태입니다. 내호괘의 이화(離火)☲는 아름다운 용모를 지닌 누이동생을 상징하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적절하지 않은 방식으로 정실(正室)의 자리를 기다리다가 결과적으로는 첩(妾)의 위치로 강등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象曰 歸妹以須는 未當也일새라.
상왈 귀매이수    미당야
상전에 말하였다. “누이동생을 시집보내는 데 기다리는 것은 마땅하지 않기 때문이다.”

구사(九四)

歸妹愆期니 遲歸 有時니라.
귀매건기    지귀 유시
구사는 누이동생을 시집보내는데 기약이 어그러지니, 더디게 시집감이 때가 있다.
구사는 외괘의 첫 자리에 위치하고 있으나, 적절하지 않은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마치 서두르는 우레와 같이 누이동생의 혼사를 서둘러 진행하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은 이를 지지하지 않습니다. 내부적으로는 안정성이 부족하고 외부적으로는 불확실성이 존재하여, 당초의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변화하면서, 결국에는 안정적이고 순리적인 방향으로 전환되어 적절한 시기에 혼사가 이루어지게 됩니다.
象曰 愆期之志는 有待而行也라.
상왈 건기지지    유대이행야
상전에 말하였다. “기약이 어그러지는 뜻은 기다림을 두어서 행하는 것이다.”
이는 혼인에 있어서도 적절한 시기가 존재하기 때문에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림의 미덕을 실천해야 함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육오(六五)

帝乙歸妹니 其君之袂 不如其娣之袂 良하니 月幾望이면 吉하리라.
제을귀매    기군지몌 불여기제지몌 양       월기망      길
육오는 제을(帝乙)이 누이동생을 시집보내니, 그 군(君)의 옷소매가 그 누이의 소매가 좋은 것만 같지 못하니, 달이 거의 보름이면 길할 것이다.
육오는 괘의 중심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귀매괘에서는 왕의 누이동생이라는 높은 신분을 상징합니다. 제을(帝乙)은 은(殷)나라 말기의 군주로, 지천태(地天泰)괘의 육오 효사에서도 언급되는 중요한 인물입니다(地天泰卦 六五는 帝乙歸妹니 以祉며 元吉이리라).
이 상황에서 제을 왕은 자신의 누이를 지방 제후에게 시집보내게 되는데, 이는 신분의 차이를 보여주는 혼인입니다. 비록 제후의 위상이 황실의 품격에 미치지 못하지만, 이는 천자가 정치적 동맹을 위해 제후와 맺는 혼인의 형태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누이는 자신의 높은 신분에 연연하지 않고, 보름달이 되기 직전의 달과 같이 겸양의 미덕을 보여줄 때 길한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象曰 帝乙歸妹不如其娣之袂良也는 其位在中하야 以貴行也라.
상왈 제을귀매불여기제지몌양야    기위재중      이귀행야
상전에 말하였다. “제을(帝乙)이 누이동생을 시집보내는데 그 누이의 소매가 좋은 것만 같지 못한 것은 그 자리가 중에 있어 귀함으로써 행하는 것이다.”

상육(上六)

女 承筐无實이라. 士 刲羊无血이니 无攸利하니라.
녀 승광무실       사 규양무혈       무유리
상육은 여자가 광주리를 이는데 실물이 없다. 선비가 양을 찔러도 피가 없으니, 이로울 바가 없다.
상육의 위치는 귀매괘(歸妹卦)의 최상단에 있으나, 여기서는 실질적인 성과를 얻기 어려운 상황을 나타냅니다. 여성의 관점에서는, 가문의 전통을 계승하고 제례(祭禮)를 수행해야 하는 의무가 있으나, 형식만 갖추어져 있을 뿐 실제적인 내용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남성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제례에 필요한 의식을 수행하고자 하나 그 노력이 무위로 돌아가는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는 유익한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입니다. 이러한 상육의 변화는 화택규(火澤睽)괘로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象曰 上六无實은 承虛筐也라.
상왈 상륙무실    승허광야
상전에 말하였다. “상육이 실물이 없음은 빈 광주리를 이은 것이다.”

다음 괘

이전 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