괘의
인간사회에서 상호간의 의견차이나 대립 그리고 사소한 범죄는 불가피할 경우가 있다. 때문에 죄인에 대한 형벌이나, 상대방에 대한 원망은 밝은 지혜로 삼가 신중해야 한다(明愼用刑).
괘명과 괘상
외괘가 이화(離火)☲와 내괘가 간산(艮山)☶으로 구성된 괘를 '여(旅)'괘라고 합니다. 이는 여행을 상징합니다. 우리의 삶은 마치 우주를 여행하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이 여정은 무질서한 방황이 아닙니다. 내괘 간산☶이 기반을 제공하고 외괘 이화☲가 방향을 제시하여, 마치 태양계의 행성들이 태양 주위를 규칙적으로 공전하는 것처럼, 또는 북두칠성을 중심으로 별들이 체계적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질서 있는 여정입니다.
重火離卦
初九는 履 錯然하니 敬之면 无咎리라.
불규칙한 행보가 발생하더라도 신중하고 경건한 자세로 임하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서괘
豐者는 大也니 窮大者 必失其居라 故로 受之以旅하고
풍자 대야 궁대자 필실기거 고 수지이려
풍(豐)이란 큼이니, 큰 것이 다한 자는 반드시 그 거소를 잃는다. 그러므로 여괘로 받고
上六은 豐其屋하고 蔀其家라. 闚其戶하니 闃其无人하야 三歲라도 不覿이로소니 凶하니라.
괘사
旅는 小亨코 旅貞하야 吉하니라.
여 소형 여정 길
여(旅)는 조금 형통하고, 나그네가 바르게 해서 길하다.
여행자의 여정에서는 큰 성공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외괘에서 중심을 얻은 오효 음(小)만이 순조로운 진전을 보입니다. 여행자는 올바른 방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생의 여정에는 좋은 일과 어려움이 공존하므로, 신중하고 겸손한 태도로 정도를 걸어야 합니다. 이러한 해석에 대해 단전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단사
彖曰 旅小亨은 柔 得中乎外而順乎剛하고 止而麗乎明이라.
단왈 여소형 유 득중호외이순호강 지이리호명
是以小亨旅貞吉也니 旅之時義 大矣哉라.
시이소형여정길야 여지시의 대의재
단전에 말하였다. “여(旅)가 조금 형통한 것은 유(柔)가 밖에서 중을 얻어 강(剛)에 순하고, 그치고 밝음에 걸려 있다. 이로써 조금 형통하고 나그네가 바르게 해서 길한 것이니, 여(旅)의 때와 뜻이 크도다.
괘상사
象曰 山上有火 旅니 君子 以하야 明愼用刑하며 以不留獄하나니라.
상왈 산상유화 여 군자 이 명신용형 이불류옥
상전에 말하였다. “산 위에 불이 있는 것이 여(旅)니, 군자가 이를 본받아 형벌 씀을 밝게 하고 삼가며 옥사(獄舍)에 남기지 않는다.”
내괘 간산(艮山)☶ 위에 외괘 이화(離火)☲불이 있는 것이 여괘(旅卦)입니다. 이는 중대한 함의를 지닙니다. 산 위의 불은 신중하게 다루어져야 하는데, 이는 형벌의 집행에도 적용됩니다. 적절한 제어 없이 형벌이 집행된다면, 그 영향은 광범위하게 퍼져 공정한 판단이 불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통찰을 바탕으로, 현명한 지도자는 형벌의 집행에 있어 신중하고 공정한 접근을 취합니다. 특히 구금형과 같은 엄중한 처벌보다는, 상황에 따라 유형(流刑)과 같은 대안적 형태의 교정 방식을 고려합니다.
효사 및 효상사
초육(初六)
旅瑣瑣, 斯其所取災니라.
초륙 여쇄쇄 사기소취재
초육은 나그네가 자질구레하니, 이것이 그 재앙을 취하는 바이다.
초육은 음(陰)이 양(陽)의 자리에 위치하여 적절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내괘 간산(艮山)☶의 안정된 상태를 유지해야 하나, 초구의 변화로 이화(離火)☲가 되어 부적절한 행보를 보이며 경솔하게 출발하게 됩니다. 이러한 부적절한 상황에서 지지기반 없이 초라하게 떠나는 것은 곧 재앙을 자초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象曰 旅瑣瑣는 志窮하야 災也라.
상왈 여쇄쇄 지궁 재야
상전에 말하였다. “나그네가 자질구레함은 뜻이 궁해서 재앙이다.”
육이(六二)
旅則次하야 懷其資하고 得童僕貞이로다.
여즉차 회기자 득동복정
육이는 나그네가 여관에 나아가서, 그 노자를 품고 아이 종(童僕)의 바름을 얻도다.
육이는 내괘에서 중정(中正)한 위치를 차지하며, 내호괘 손풍(巽風)☴을 통해 공손하고 예의 바른 태도를 보여줍니다. 내괘 간산(艮山)☶이 상징하는 여관에 내호괘 손풍(巽風)☴의 방식으로 들어가, 적절한 처신으로 여행 자금(路資)을 확보하고 충실한 시종(童僕)의 도움을 얻어 안정된 상태를 이룹니다. 이는 더 넓은 맥락에서 보면, 우리 모두가 우주의 여행자로서 이 세상에 정착하여 거처와 생활 기반, 그리고 조력자를 얻어 원만한 삶을 영위하는 것에 비유될 수 있습니다.
象曰 得童僕貞은 終无尤也리라.
상왈 득동복정 종무우야
상전에 말하였다. “아이 종의 바름을 얻음은 마침내 허물이 없을 것이다.”
구삼(九三)
旅焚其次하고 喪其童僕貞이니 厲하니라.
여분기차 상기동복정 려
구삼은 나그네가 그 여관을 불사르고, 그 동복(童僕)의 바름을 잃으니 위태하다.
구삼의 위치는 양의 자리에 양이 있어 지나치게 강직하며 중용을 이루지 못한 상태입니다. 이는 공손함과 경의의 덕목이 결여된 것을 의미합니다. 더욱이 외괘 이화(離火)☲의 불과 근접해 있어, 자신의 처지에 대한 불만을 적절히 제어하지 못하고 거처하는 여관을 소실시키는 상황을 초래합니다. 이로 인해 동복(童僕)과의 신뢰 관계도 훼손되어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내괘 간산(艮山)☶이 여관을 상징하는데, 구삼의 변화로 곤지(坤地)☷가 되며, 외괘 이화(離火)☲에 외호괘가 태택(兌澤)☱으로 변하여 여관이 화재로 붕괴됩니다. 또한 간산(艮山)☶이 상징하는 소남(小男), 즉 동복(童僕)이 태택(兌澤)☱의 영향으로 절개를 잃어 이탈하게 되는 것입니다.
象曰 旅焚其次하니 亦以傷矣오 以旅與下하니 其義 喪也라.
상왈 여분기차 역이상의 이려여하 기의 상야
상전에 말하였다. “나그네가 그 여관을 불사르니 또한 상하고, 나그네로써 아래와 더부니 그 의리가 상한 것이다.”
자신이 거처하고 있던 여관이 불에 타 없어지니 신체적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더욱이 구삼의 양(陽)이 나그네로서의 본분을 망각하고 아래에 위치한 음(陰)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으려 하니, 이는 도덕적 가치가 훼손된 것입니다.
구사(九四)
旅于處하고 得其資斧하나 我心은 不快로다.
여우처 득기자부 아심 불쾌
구사는 나그네가 거처하고, 그 노자와 도끼를 얻으나, 내 마음은 불쾌하도다.
구사는 외괘의 음 자리에 양이 위치하여 적절하지 않은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비록 물질적 자원(노자와 도끼)은 충분히 확보하였으나, 구사의 변화로 인해 외괘 이화(離火)☲가 간산(艮山)☶으로 전환되어 거처를 확보하게 됩니다. 그러나 재력(財力)과 권력(權力)을 보유함에도 불구하고, 부적절한 위치로 인해 신뢰할 만한 동복(童僕)의 부재로 심적 불안정을 겪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은 여행자로서 필요한 물질적 기반은 갖추었으나, 진정한 동반자가 없는 고독한 처지를 의미합니다. 이는 마치 군사적 자원은 충분히 확보하였으나, 실제 전투력을 구성하는 핵심 병력이 부재한 상황과 유사합니다.
象曰 旅于處는 未得位也니 得其資斧하나 心未快也라.
상왈 여우처 미득위야 득기자부 심미쾌야
상전에 말하였다. “나그네가 거처함은 (바른) 자리를 얻지 못한 것이니, 그 노자와 도끼를 얻으나 마음이 유쾌하지 못하다.”
육오(六五)
射雉一矢亡이라. 終以譽命이리라.
석치일시망 종이예명
육오는 꿩을 쏘는데 하나의 화살로 없앤다. 마침내 명예와 명으로써 할 것이다.
육오는 외괘 이화(離火)☲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화(離火)☲는 활을, 태택(兌澤)☱은 화살을 상징하며, 이화☲는 새를 나타냅니다. 육오가 균형 잡힌 자세로 활을 쏘아 한 발의 화살로 꿩을 명중시키니, 이러한 뛰어난 능력이 인정받아 군주로부터 명예로운 임명을 받게 됩니다.
이는 군인으로서 탁월한 임무 수행을 보여주며, 유배 중에도 국가에 공헌하는 모습을 의미합니다. 특히 '석치일시망(射雉一矢亡)'이라는 표현에는 깊은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이는 꿩(雉)을 쏘아 화살(矢) 하나를 소비하면, '雉'에서 '矢'를 제거하여 '추(隹)'라는 글자가 남게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象曰 終以譽命은 上逮也일새라.
상왈 종이예명 상체야
상전에 말하였다. “마침내 명예와 명으로써 함은 위에 미치기 때문이다.”
상구(上九)
鳥焚其巢니 旅人이 先笑後號咷라. 喪牛于易니 凶하니라.
조분기소 여인 선소후호조 상우우이 흉
상구는 새가 그 집을 불사르니, 나그네가 먼저는 웃고 뒤에는 울부짖는다. 소를 쉽게 잃으니 흉하다.
화산려(火山旅)괘에서 상구는 부적절한 위치에 있으며, 외괘 이화(離火)☲의 정점에서 자기 파괴적인 상황을 맞이합니다. 육오가 정당한 노력으로 성과를 이루는 것과 대조적으로, 상구는 안일한 기회주의로 인해 결국 실패를 맞이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쉬운 성공을 기대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의미 있는 성과를 얻지 못하고 후회하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은 정직한 노력 없이 손쉬운 이득을 추구할 때 발생하는 필연적 결과를 보여줍니다. 인간의 기본적 도덕성이 훼손된 것이 근본 원인입니다. '소를 쉽게 잃는다'는 표현은 올바른 판단력과 도덕성의 상실을 의미하며, 이화(離火)☲의 최상부에서 자제력을 잃고 자기 파괴적 행동을 하는 것은 전례 없는 부적절한 상황을 나타냅니다.
중화리(重火離)괘의 괘사는 "암소를 기르는 것이 길하다(畜牝牛 吉)"라고 설명하며, 여기서 소는 인간의 정신적 가치를 상징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천뢰무망(天雷无妄)괘의 육삼 효사를 살펴보겠습니다.
六三은 无妄之災니 或繫之牛하나 行人之得이 邑人之災로다.
육삼에서는 뜻하지 않은 재앙이 있으니, 소를 매어두었으나 지나가는 사람이 얻게 되어 마을 사람에게는 재앙이 됩니다.
上六은 弗遇하야 過之니 飛鳥 離之라 凶하니 是謂災眚이라.
상육에서는 만남이 이루어지지 않아 지나가버리니, 날아가는 새처럼 떠나가 흉하니 이를 재앙이라 합니다.
象曰 以旅在上하니 其義焚也오 喪牛于易하니 終莫之聞也로다.
상왈 이려재상 기의분야 상우우이 종막지문야
상전에 말하였다. “나그네로써 위에 있으니 그 의리가 불사르는 것이요, 소를 쉽게 잃으니 마침내 듣지 못하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