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수산건

괘의

산을 넘고 물을 건너듯이, 어려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몸을 돌이켜 반성하고 덕을 닦으며 때를 기다려라(反身脩德).

괘명과 괘상

수산건괘(水山蹇卦)는 외괘 감수(坎水)☵와 내괘 간산(艮山)☶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는 복합적인 도전 상황을 나타내는데, 구체적으로는 산악지대를 지나고 큰 강을 건너야 하는 이중의 어려움을 의미합니다. 이와 같은 연속된 장애물로 인해 '건(蹇)'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후천팔괘방위체계에서 외괘 감수(坎水)☵는 동절기 북방을, 내괘 간산(艮山)☶은 동북방을 가리키며, 이는 한겨울에 산악지대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중대한 도전을 상징합니다.

서괘

「서괘전」은 화택규괘 다음에 수산건괘를 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睽者는 乖也니 乖必有難이라 故로 受之以蹇하고
규자    괴야    괴필유난      고    수지이건
규(睽)란 어긋남이니, 어긋나면 반드시 어려움이 있다. 그러므로 건(蹇)으로 받고
불협화음이 발생하면 자연스럽게 난관과 장애물이 수반됩니다. 이러한 연관성으로 인해 규괘(睽卦) 다음에 건괘(蹇卦)가 배치되었습니다.

괘사

蹇은 利西南하고 不利東北하며 利見大人하니 貞이면 吉하리라.
건    이서남      불리동북       이견대인       정       길
건(蹇)은 서남은 이롭고 동북은 이롭지 않으며 대인을 봄이 이로우니, 바르게 하면 길할 것이다.
건(蹇)의 상황에서는 평탄한 서남쪽으로의 진행이 유리하며, 험준한 지형이 많은 동북쪽은 피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서는 조언과 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 현명한 인물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며, 특히 난관에 직면할수록 정도를 지키는 것이 성공으로 이어집니다. 단전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단사

彖曰 蹇은 難也니 險在前也니 見險而能止하니 知矣哉라.
단왈 건    난야    험재전야   견험이능지       지의재
蹇利西南은 往得中也오 不利東北은 其道 窮也오 利見大人은 往有功也오 當位貞吉은 以正邦也니 蹇之時用이 大矣哉라.
건이서남    왕득중야    불리동북    기도 궁야 이견대인    왕유공야    당위정길    이정방야 건지시용    대의재
단전에 말하였다. “건(蹇)은 어려운 것이니 험함이 앞에 있으니, 험함을 보아 능히 그치니 지혜롭다. 건(蹇)이 서남이 이로움은 가서 중을 얻은 것이고, 동북이 이롭지 않음은 그 도가 궁한 것이고, 대인을 봄이 이로움은 가서 공이 있음이요, 자리가 마땅해서 바르게 해서 길함은 나라를 바르게 하는 것이니, 건(蹇)의 때와 쓰임이 크다.”
건(蹇)괘는 산을 넘고 물을 건너야 하는 중대한 도전 상황을 나타냅니다. 괘의 구조를 살펴보면, 외괘 감수(坎水)☵가 지닌 어려움이 존재하나, 외호괘 이화(離火)☲를 통해 이를 명확히 인식하고 내괘 간산(艮山)☶으로 적절히 대응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통찰과 대응 능력이 바로 지혜(智慧)의 발현입니다. 따라서 난관을 사전에 파악하고 이를 현명하게 극복하는 지혜가 요구됩니다.
서쪽과 남쪽으로의 진행이 유리한 이유는 평탄한 지형을 통해 균형 잡힌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이며, 동쪽과 북쪽이 불리한 것은 진전이 제한적이기 때문입니다. 괘상을 분석하면, 외괘의 구오효가 중도를 취하고 있으며, 이것이 변화하여 곤지(坤地)☷가 되면 후천팔괘방위에서 서남방이 되어 안정적인 기반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현명한 지도자와의 만남이 이로운 것은 그들의 통찰력과 경험을 통해 난관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산건(水山蹇)괘에서는 초효를 제외한 다섯 효가 모두 적절한 자리에 위치하여 있습니다. 이는 양의 기운이 양의 자리에, 음의 기운이 음의 자리에 있음을 의미합니다. 올바른 길을 걸어 길한 결과를 얻는다는 것은 국가의 모든 구성원이 각자의 위치에서 바른 도리를 실천하는 것입니다. 건괘(蹇卦)가 나타내는 도전적 상황은 중대한 의미와 가치를 지닙니다. 국가 경영과 국민 통합의 과정에서는 필연적으로 성쇠의 변화가 있으나, 이러한 난관을 현명하게 극복함으로써 국가 발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괘상사

象曰 山上有水 蹇이니 君子 以하야 反身脩德하나니라.
상왈 산상유수 건       군자 이      반신수덕
상전에 말하였다. “산 위에 물이 있는 것이 건(蹇)이니, 군자가 이를 본받아 몸을 돌이키고 덕을 닦는다.”
건괘(蹇卦)는 산☶ 위에 물☵이 있는 형상을 나타냅니다. 험준한 산 위에 물이 있는 이러한 도전적 상황에서는, 외부 환경을 탓하기보다 자기성찰을 통해 내면의 덕을 함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모든 상황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외부가 아닌 자신의 내면에 있음을 시사합니다. 《맹자(孟子)》 「이루장구상(離婁章句上)」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습니다.
孟子曰 愛人不親이어든 反其仁하고 治人不治어든 反其智하고 禮人不答이어든 反其敬이니라. 行有不得者어든 皆反求諸己니 其身正而天下歸之니라.
맹자는 다음과 같은 통찰을 제시했습니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는 자신의 진정성을 점검해보아야 합니다. 리더십이 효과적이지 않다면 자신의 지혜를 재고하고, 예의를 표했음에도 상응하는 반응이 없다면 자신의 진심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목표 달성이 어려울 때는 외부가 아닌 자신에게서 해답을 찾아야 하며, 이러한 자기 수양을 통해 자연스럽게 주변의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효사 및 효상사

초육(初六)

往하면 蹇코 來하면 譽리라.
왕       건    래      예
초육은 가면 어렵고 오면 명예로울 것이다.
초육은 내괘 간산(艮山)☶의 최하단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외괘의 험난한 물☵의 상황을 고려할 때, 전진하면 위험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으나, 현재 위치를 유지하면 오히려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내괘가 간산☶인 점을 감안할 때, 현 상황에서는 신중히 멈추어 있으면서 장애물이 해소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는 것이 현명합니다. 초육이 변화하여 내괘가 이화(離火)☲가 되면, 이는 명확한 통찰력의 발현을 의미합니다.
象曰 往蹇來譽는 宜待也니라.
상왈 왕건래예    의대야
상전에 말하였다. “가면 어렵고 오면 명예로운 것은 마땅히 기다리는 것이다.”

육이(六二)

王臣蹇蹇이 匪躬之故라.
왕신건건    비궁지고
육이는 왕과 신하가 어렵고 어려움이 몸의 연고가 아니다.
육이는 내괘에서 균형 잡힌 위치를 차지하며, 외괘의 구오 왕과 조화로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비록 양측 모두 적절한 위치에서 상호 협력하고 있으나, 현재의 어려움은 개인의 역량이나 의지와는 무관하며, 전반적인 상황의 복잡성에서 기인합니다. 이는 개별 구성원의 과실이 아닌 구조적 도전 과제이므로,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입니다.
象曰 王臣蹇蹇은 終无尤也리라.
상왈 왕신건건    종무우야
상전에 말하였다. “왕과 신하가 어렵고 어려움은 마침내 허물이 없을 것이다.”

구삼(九三)

往하면 蹇코 來하면 反이리라.
왕      건    래       반
구삼은 가면 어렵고 오면 돌아올 것이다.
구삼은 내괘의 중심 위치는 아니지만, 양의 기운이 양의 자리에 있어 안정적인 상태입니다. 외부에 있는 감수(坎水)☵의 위험 요소로 인해, 내괘의 초효이효의 음(陰)은 구삼의 강건한 양(陽)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구삼이 전진하면 외부의 위험에 직면하게 되지만, 후퇴하여 내부로 돌아오면 초효이효가 환영하며 함께 난관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구삼이 변화하여 곤지(坤地)☷가 되면 내괘의 초효, 이효와 조화를 이루게 되며, 이는 수지비(水地比)의 형태로 발전하여 상호 협력의 관계가 형성됩니다.
象曰 往蹇來反은 內 喜之也일새라.
상왈 왕건래반    내 희지야
상전에 말하였다. “가면 어렵고 오면 돌아오는 것은 안에서 기뻐하기 때문이다.”
구삼이 전진하면 외부의 어려움에 직면하여 자신과 전체 상황이 악화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내부로 돌아오면 자신의 안전을 확보할 뿐만 아니라, 초육육이에게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수 있어 내부 구성원들의 환영을 받게 됩니다.

육사(六四)

往하면 蹇코 來하면 連이리라.
왕      건    래       연
육사는 가면 어렵고 오면 이어질 것이다.
육사는 외괘 감수(坎水)☵의 어려움에 직면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요소들이 있습니다. 육사는 어려움의 아래쪽에 위치하여 있고, 음의 위치에 음이 자리하여 조화를 이루며, 외호괘 이화(離火)☲의 영향으로 상황을 명확히 인식할 수 있습니다. 비록 전진하면 난관에 봉착하겠지만, 후퇴하여 구삼과 연계하면 그 안정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象曰 往蹇來連은 當位 實也일새라.
상왈 왕건래연    당위 실야
상전에 말하였다. “가면 어렵고 오면 이어지는 것은 당한 자리가 실하기 때문이다.”
육사가 음의 자리에 음의 성질로 적절하게 위치해 있으며, 하단의 구삼이 양의 자리에 양의 성질로 견고하게 자리잡고 있어 구삼으로부터 안정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구오(九五)

大蹇에 朋來로다.
대건   붕래
구오는 크게 어려움에 벗이 오도다.
구오는 외괘의 중심에서 올바른 군주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나, 현재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도전적인 시기에도 균형 잡힌 접근법과 적절한 절제를 통해 주변의 지원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현재의 상황에서는 권위나 힘을 과시하기보다는 신중한 판단이 요구됩니다.
구오가 변화하면 외괘는 곤지(坤地)☷로, 지괘(之卦)는 지산겸(地山謙)으로 전환됩니다. 이는 모든 상황에 대해 겸허한 자세로 책임을 수용하고 난관을 극복해야 함을 시사합니다. 이러한 겸손한 태도로 중용의 길을 걸으며 절제를 실천할 때, 점진적으로 어려움이 해소되고 자연스럽게 백성들의 신뢰를 얻게 됩니다. 효(爻)의 상호작용 측면에서는, 구오의 위치에 호응하는 육이 신하(臣下)와 동일한 양(陽)의 성질을 지닌 구삼이 지원 역할을 수행합니다.
象曰 大蹇朋來는 以中節也라.
상왈 대건붕래    이중절야
상전에 말하였다. “크게 어려움에 벗이 오는 것은 중도로 절도있게 하기 때문이다.”

상육(上六)

往하면 蹇코 來하면 碩이라 吉하리니 利見大人하니라.
왕       건    래      석       길         이견대인
상육은 가면 어렵고 오면 크다. 길할 것이니, 대인을 봄이 이롭다.
상육은 건괘(蹇卦)의 최상단에 위치하여 가장 큰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 위치는 역설적으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현재 모든 계층이 - 왕과 신하로부터 일반 백성에 이르기까지 -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상육이 독자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상육의 '오면 크다'는 의미는 공동체가 직면한 어려움 속에서 개인의 안위만을 추구하지 않고 타인을 지원하고자 하는 숭고한 의지를 나타냅니다. 이러한 이타적 접근이 길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나, 상육 홀로는 이를 달성하기에 한계가 있으므로 대인의 조력을 구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象曰 往蹇來碩은 志在內也오 利見大人은 以從貴也라.
상왈 왕건래석    지재내야    이견대인    이종귀야
상전에 말하였다. “가면 어렵고 오면 크다는 것은 뜻이 안에 있는 것이고, 대인을 봄이 이로움은 귀함을 좇는 것이다.”
상육이 외부로 나아가지 않고 내부로 돌아올 때의 중대한 의미는 내괘의 구삼 양과의 조화로운 관계 형성에 있으며, 대인을 알현하는 것이 유익한 이유는 존귀한 위치의 구오 군주와 연계하여 협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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