괘의
모든 만물은 태극에서 나와 하나이지만, 현실의 세상사는 이해관계나 가치관에 따라 서로 다르다. 어긋나 있는 상황을 풀어가는 지혜는 같게 할 것은 같게 하고 다르게 할 것은 다르게 하는 것이다(同同異異).
괘명과 괘상
괘상학적으로, 이 괘체는 외괘 이화(離火)☲와 내괘 태택(兌澤)☱로 구성되어 '규(睽)'로 명명됩니다. '규(睽)'는 괴리(乖離)의 의미를 담고 있으며, 이는 서로 대립하는 상황을 나타냅니다. 괘상을 살펴보면, 외괘 이화(離火)☲는 위로 향하는 불의 기운을, 내괘 태택(兌澤)☱은 아래로 향하는 물의 기운을 상징합니다. 이러한 상반된 방향성은 근본적인 괴리 관계를 형성하게 됩니다.
서괘
家道 窮必乖라 故로 受之以睽하고
가도 궁필괴 고 수지이규
집안의 도가 궁하면 반드시 어긋난다. 그러므로 규로써 받고
각 가정은 고유한 가풍(家風)과 가도(家道)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통적 가치관은 어려운 시기에도 유지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세대를 걸쳐 가족의 화목과 번영이 지속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정의 근본적인 도리가 흔들리게 되면, 필연적으로 가족 관계에도 균열이 생기게 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가인괘 이후에 규(睽)괘가 배치된 것입니다.
괘사
睽는 小事는 吉하리라.
규 소사 길
규(睽)는 작은 일은 길할 것이다.
규(睽)는 조화롭지 못한 상황을 나타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기보다는, 점진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불화의 원인은 종종 사소한 오해나 이해관계의 충돌에서 시작됩니다. 따라서 작은 과제들을 성공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접근법입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 대규모 변화를 시도하면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습니다. 단전에서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단사
彖曰 睽는 火動而上하고 澤動而下하며 二女 同居하나 其志 不同行하니라.
단왈 규 화동이상 택동이하 이녀 동거 기지 부동행
說而麗乎明하고 柔 進而上行하야 得中而應乎剛이라 是以小事吉이니라.
열이리호명 유 진이상행 득중이응호강 시이소사길
天地 睽而其事 同也며 男女 睽而其志 通也며 萬物이 睽而其事 類也니 睽之時用이 大矣哉라.
천지 규이기사 동야 남녀 규이기지 통야 만물 규이기사 류야 규지시용 대의재
단전에 말하였다. “규(睽)는 불은 움직여서 위로 오르고, 못은 움직여서 내려가며, 두 여자가 한 곳에 거하나 그 뜻이 같이 행하지 않는다. 기뻐해서 밝은 데에 걸리고 유(柔)가 나아가 위로 행해서 중을 얻어 강(剛)에 응하고 있다. 이로써 작은 일은 길하다. 천지가 어긋나도 그 일은 같으며, 남녀가 어긋나도 그 뜻은 통하며, 만물이 어긋나도 그 일은 같으니, 규의 때와 씀이 크도다.”
이는 괘의 변화 과정을 통해 설명될 수 있습니다. 풍택중부(風澤中孚)괘에서 신뢰의 기반이 있던 상태에서, 중부괘의 육사 음이 상승하여 구오와 위치를 교환함으로써 외괘의 중심을 획득하고 내괘의 구이 양과 조화롭게 호응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로 인해 전체적인 균형이 흐트러지게 되어, 비록 육오와 구이가 서로 잘 호응하더라도 대규모 사업은 어렵고 소규모 사업만이 길한 결과를 얻게 됩니다.
비록 하늘과 땅이 서로 다른 위치에 있더라도 생명을 창조하고 양육하는 본질적 기능은 동일합니다. 마찬가지로, 남녀 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인류의 지속과 발전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향해 나아가며, 모든 존재는 각자의 고유성을 지니면서도 조화로운 공존을 추구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차이점을 적절히 활용하고 관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괘상사
象曰 上火下澤이 睽니 君子 以하야 同而異하나니라.
상왈 상화하택 규 군자 이 동이이
상전에 말하였다. “위에는 불 아래에는 연못이 규(睽)니, 군자가 이를 본받아 같으면서도 다르게 한다.”
상층부의 불이 상승하고 하층부의 물이 하강하는 것처럼, 각 구성원이 자신의 역할과 입장만을 고수할 때 조직의 균형이 깨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가정에서부터 사회, 국가 단위까지 발생할 수 있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현명한 지도자는 이러한 상황에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적절한 조화와 균형을 통해 조직의 안정성을 확보합니다.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들 - 예를 들어 성별이나 직위에 관계없이 - 은 각자 고유한 역할과 책임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표면적으로는 서로 다른 위치에 있지만,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가치와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존엄성은 동일합니다. 조직의 균형을 위해서는 이러한 차이점을 인위적으로 무시하거나, 본질적 공통점을 억지로 분리하려 해서는 안 됩니다. 규괘(睽卦)는 이러한 맥락에서 사회정의(社會正義)를 실현하기 위한 실용적 지침을 제시합니다: 본질적 가치는 동등하게 대우하되, 개별적 특성은 적절히 구분하여 고려해야 합니다.
효사 및 효상사
초구(初九)
悔 亡하니 喪馬하고 勿逐하야도 自復이니 見惡人하면 无咎리라.
회 망 상마 물축 자복 견악인 무구
초구는 뉘우침이 없어지니 말을 잃고 쫓지 않아도 스스로 돌아오니, 악한 사람을 보면 허물이 없을 것이다.
초구의 위치는 하위 계층의 백성을 상징합니다. 이러한 위치에서는 갈등 상황을 주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권한이 제한적입니다. 따라서 구사 대신(大臣)의 중재와 해결을 기다리는 것이 현명한 방책입니다. 이는 마치 잃어버린 말을 쫓지 않아도 스스로 돌아오는 것과 같이, 구사 대신이 백성들을 위해 자발적으로 나서게 됨을 의미합니다. '악인을 만나도 허물이 없다'는 것은 곤란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해결책을 찾으려 하면 오히려 상황이 악화될 수 있으나, 신중하게 대처하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전화위복(轉禍爲福)의 원리를 설명합니다.
象曰 見惡人은 以辟咎也라.
상왈 견악인 이피구야
상전에 말하였다. “악한 사람을 봄은 허물을 피하는 것이다.”
구이(九二)
遇主于巷하면 无咎리라.
우주우항 무구
구이는 주인을 거리에서 만나면, 허물이 없을 것이다.
군주와의 비공식적 만남은 갈등 해소를 위한 전략적 접근이므로 올바른 도리에 어긋나지 않습니다. 이는 조직 내 긴장 관계를 완화하기 위해 때로는 비공식 채널을 활용하거나 특별 대표를 임명하는 외교적 방식을 의미합니다.
象曰 遇主于巷이 未失道也라.
상왈 우주우항 미실도야
상전에 말하였다. “주인을 거리에서 만남이 도(道)를 잃지 않는 것이다.”
육삼(六三)
見輿曳코 其牛 掣며 其人이 天且劓니 无初코 有終이리라.
견여예 기우 체 기인 천차의 무초 유종
육삼은 수레를 끌고 그 소를 당기며 그 사람이 하늘하고 또 코 베임을 보니, 처음은 없고 마침은 있을 것이다.
육삼은 음의 위치에 있으면서 중용의 자리를 얻지 못해, 현재 상황에서 가장 어려운 입장에 놓여있습니다. 육삼은 상응하는 상구 양(陽)과의 조화를 이루고자 다방면으로 노력합니다. 그러나 구이와 구사가 이를 저지하고 있습니다. 구이는 육삼의 전진을 막기 위해 수레를 뒤에서 붙잡고, 구사는 앞에서 소의 진행을 방해하는 상황입니다. 더욱이 상구와의 만남을 시도하는 육삼은 이마 표시와 삭발의 형벌(天), 그리고 코 절단의 형벌(劓)까지 받게 됩니다. 이처럼 초기에는 심각한 시련을 겪지만, 결국에는 상구와의 만남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象曰 見輿曳는 位不當也오 无初有終은 遇剛也일새라.
상왈 견여예 위부당야 무초유종 우강야
상전에 말하였다. “수레 끄는 것을 봄은 자리가 마땅하지 않은 것이고, 처음은 없고 마침은 있다는 것은 강을 만나기 때문이다.”
구사(九四)
睽孤하야 遇元夫하야 交孚니 厲하나 无咎리라.
규고 우원부 교부 려 무구
구사는 어긋남에 외로워서 원부(元夫)를 만나 미덥게 사귀니, 위태로우나 허물은 없을 것이다.
구사는 외괘 이화(離火)☲에 위치하여 대신의 직위를 맡고 있습니다. 국정을 총괄하는 고위 관료로서, 상하 관계의 불화로 인한 국가적 난제를 해결해야 하는 책무를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육오 군주와의 관계마저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공식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에는 제약이 따르는 고립된 입장에 놓여있습니다.
따라서 구사 대신은 초구의 백성인 원부(元夫)와의 면담을 통해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민심을 경청해야 합니다. 이러한 접근은 일정 부분 위험을 수반할 수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정당화될 수 있는 조치입니다. 이는 구사가 의도한 바를 성공적으로 달성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象曰 交孚无咎는 志行也리라.
상왈 교부무구 지행야
상전에 말하였다. “미덥게 사귀어 허물이 없음은 뜻이 행해지는 것이다.”
육오(六五)
悔亡하니 厥宗이 噬膚면 往애 何咎리오.
회망 궐종 서부 왕 하구
육오는 뉘우침이 없어지니 그 종당(宗黨)이 살을 씹으면 감에 무슨 허물이겠는가?
象曰 厥宗噬膚는 往有慶也리라.
상왈 궐종서부 왕유경야
상전에 말하였다. “그 종당이 살을 씹음은 가서 경사가 있을 것이다.”
상구(上九)
睽孤하야 見豕負塗와 載鬼一車라.
규고 견시부도 재귀일거
先張之弧라가 後說之弧하야 匪寇라 婚媾니 往遇雨하면 則吉하리라.
선장지호 후탈지호 비구 혼구 왕우우 즉길
상구는 어긋남에 외로워서 돼지가 진흙을 짊어진 것과 귀신을 한 수레 실은 것을 본다. 먼저는 활을 쏘려다가 뒤에는 활을 벗겨서, 도적이 아니라 혼인을 하자는 것이니, 가서 비를 만나면 곧 길할 것이다.
象曰 遇雨之吉은 群疑 亡也라.
상왈 우우지길 군의 망야
상전에 말하였다. “비를 만나 길함은 뭇 의심이 없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