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만세력
home
격국 찾기
home

33. 천산돈

괘의

소인이 득세하여 군자의 뜻이 행해지지 않을 때에, 군자는 ‘몸의 사사로움을 이겨 예에 회복하고’(克己復禮), 소인을 대하기를 악하게 하지 말고 엄하게 하여 소인이 망동함을 경계하라(不惡而嚴).

괘명과 괘상

천산돈(天山遯) 괘는 상괘 건천(乾天)☰과 하괘 간산(艮山)☶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돈(遯)'은 은둔이나 퇴각을 의미합니다. 이 괘의 발전 과정을 살펴보면, 순수한 양의 에너지를 나타내는 중천건(重天乾)에서 시작하여 음이 생겨나면서 천풍구(天風姤)로 변화하고, 이후 음의 영향력이 하괘의 중효까지 확대됩니다. 결과적으로, 군자를 상징하는 양(陽)의 힘이 소인을 상징하는 음(陰)의 힘에 의해 밀려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중효(中爻)가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음효가 초효와 연결되어 하괘의 중심을 차지하면서, 강한 양의 기운도 어쩔 수 없이 물러나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지택림(地澤臨)괘와 반대되는 모습을 보이는데, 지택림괘에서는 양의 기운이 초효에서 하괘의 중효로 들어가 음의 세력이 양의 영향을 받게 됩니다. 역학의 시간 체계에서 돈괘는 12월괘로, 음력 6월과 대응됩니다.

서괘

「서괘전」은 뇌풍항괘 다음에 천산돈괘를 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恒者는 久也니 物不可以久居其所라 故로 受之以遯하고
항자    구야    물불가이구거기소   고    수지이돈
항(恒)이라는 것은 오래하는 것이니, 물건이 가히 그 곳에만 오래 거할 수 없다. 그러므로 돈으로써 받고
항(恒)은 지속성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만물과 상황은 본질적으로 유동적이므로, 영구히 한 상태나 장소에 머무를 수 없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법칙에 따라, 지속 이후에는 필연적으로 퇴보가 따르게 됩니다. 이것이 항괘 다음에 퇴각을 의미하는 돈괘가 위치하게 된 이유입니다.

괘사

遯은 亨하니 小利貞하니라.
돈    형      소리정
돈(遯)은 형통하니 바르게 하면 조금 이롭다.
돈(遯)은 형통하니 소인은 바르게 하면 이롭다.
내괘의 중효까지 두 음의 에너지가 상승하여 실질적인 영향력을 형성함에 따라, 양(陽)의 군자는 불가피하게 퇴각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는 군자의 도가 소멸되는 것이 아니므로 궁극적으로는 형통합니다. 군자의 도(道)는 상황에 따라 전진과 후퇴를 적절히 조절하는 것에 있으며, 이와 대조적으로 소인의 도는 시의적절함을 고려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전진하는 것입니다. 《중용》 제2장에서는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습니다.
仲尼曰 君子는 中庸이요 小人은 反中庸이니라. 君子之中庸也는 君子而時中이요 小人之(反)中庸也는 小人而無忌憚也니라.
공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셨습니다. "군자는 중용의 도를 실천하며, 소인은 이에 반하여 행동합니다. 군자가 중용을 실천하는 것은 상황에 맞게 적절히 대응하기 때문이며, 소인이 중용에 반하는 것은 분별없이 행동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음의 기운이 상승하는 시기에는 군자가 정도와 덕을 과도하게 고수하면 오히려 불리할 수 있으므로, 적절한 수준의 바른 행동이 이롭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돈괘(遯卦)에서는 음의 소인이 영향력을 확대하는 상황이므로, 소인(小人)의 관점에서도 올바른 행동이 유익하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단전은 다음과 같이 논하고 있습니다.

단사

彖曰 遯亨은 遯而亨也나 剛當位而應이라 與時行也니라.
단왈 돈형    돈이형야    강당위이응      여시행야
小利貞은 浸而長也일새니 遯之時義 大矣哉라.
소리정    침이장야         돈지시의 대의재
단전에 말하였다. “돈(遯)이 형통함은 물러나서 형통한 것이나, 강한 것이 자리에 마땅해서 응하여 때로 더불어 행한다. ‘바르게 하면 조금 이롭다’는 것은 점차 길어지기 때문이니, 돈의 때와 뜻이 크도다.”
돈(遯)의 형통함은 군자가 적절한 시기에 물러남으로써 달성됩니다. 외괘에서 중정(中正)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구오의 강건한 기운은 내괘의 육이와 조화롭게 호응하여, 시의적절하게 대응합니다. '바르게 함이 조금 이롭다'는 것은 음의 세력이 점진적으로 성장하는 시기임을 의미합니다. 군자는 중용(中庸)의 원칙을 견지하며 상황에 대처하니, 이러한 퇴각의 시기와 의미가 지대합니다.

괘상사

象曰 天下有山이 遯이니 君子 以하야 遠小人호대 不惡而嚴하나니라.
상왈 천하유산    돈      군자 이       원소인       불악이엄
상전에 말하였다. “하늘 아래 산이 있는 것이 돈(遯)이니, 군자가 이를 본받아 소인을 멀리하되 악하게 하지 않고 엄하게 한다.”
돈괘는 외괘 건천(乾天)☰ 아래에 내괘 간산(艮山)☶의 형상을 나타냅니다. 하늘 아래에 산이 존재하는 이 구조는 군자가 확고한 신념을 유지하면서도 시의적절하게 은둔하는 상황을 상징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군자는 영향력이 증대되는 소인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합니다. 군자는 소인을 대할 때 덕을 과시하거나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으면서도, 위엄 있는 자세로 대응해야 합니다. 소인의 세력이 점진적으로 확대되는 상황에서는 군자의 도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군자는 자연스러운 감화를 통해 소인이 스스로 변화할 수 있도록 품위 있게 대처해야 합니다.

효사 및 효상사

초육(初六)

遯尾라 厲하니 勿用有攸往이니라.
돈미    려      물용유유왕
초육은 도망하는데 꼬리이다. 위태하니 가는 바를 두지 말라.
초육은 돈괘의 최하단에 위치하며, 중정의 자리를 확보하지 못한 채 양의 자리에 음으로 존재하여 상당히 불안정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전체적인 맥락에서 최하단에 위치하므로 퇴각하는 동물의 꼬리와 같은 위치입니다. 민간의 지혜에서도 '꼬리가 길면 잡힌다'는 교훈이 전해져 옵니다. 초육이 구사의 양과 호응관계에 있어 구사가 퇴각할 때 동행하려 하나, 초육은 꼬리에 해당하므로 퇴각 시도 중 포착되어 위험에 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초육의 입장에서는 비록 자신과 호응하는 구사가 퇴각하더라도, 내괘 간산(艮山)☶의 덕성을 수호하며 현재의 위치를 고수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象曰 遯尾之厲는 不往이면 何災也리오.
상왈 돈미지려    불왕       하재야
상전에 말하였다. “도망하는 꼬리의 위태함은 가지 않으면 무슨 재앙이겠는가?”

육이(六二)

執之用黃牛之革이라. 莫之勝說이니라.
집지용황우지혁       막지승설
육이는 잡는데 누런 소의 가죽을 쓴다. 이기어 말하지 못한다.
육이는 내괘의 중정한 위치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음의 기운을 대표하는 존재로서, 양의 세력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비록 소인의 성격을 지녔으나, 중정한 위치에서 황소 가죽과 같은 견고함으로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킵니다. 초육의 충실한 지지를 바탕으로 음의 영향력을 확장해 나가며, 결과적으로 양의 기운을 효과적으로 제압하여 지속적인 우위를 점유합니다.
象曰 執用黃牛는 固志也라.
상왈 집용황우    고지야
상전에 말하였다. “잡는데 누런 소를 쓰는 것은 뜻을 굳게 하는 것이다.”

구삼(九三)

係遯이라 有疾하야 厲하니 畜臣妾에는 吉하니라.
계돈      유질       려       휵신첩       길
구삼은 물러나는데 매인다. 병이 있어 위태하니 신하와 첩을 기르는 데는 길하다.
구삼은 양의 자리에서 정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위의 음적 영향력이 증대됨에 따라 퇴각을 고려하게 되나, 내괘 간산(艮山)☶의 위치적 특성으로 인해 이동이 제한됩니다. 이러한 상황적 제약으로 인해 내적 갈등이 발생하여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제한된 선택지 속에서, 구삼은 현재의 위치에서 내괘의 음적 요소들을 적절히 관리하고 육성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여기서 언급되는 신하와 첩은 초육육이의 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내괘 간산(艮山)☶의 상단에 위치한 구삼의 입지는 중대한 행보를 취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구삼의 변화는 천지비(天地否)괘로의 전환을 초래하여 소통의 단절을 야기하며, 외괘의 양적 요소들과의 협력 시도 역시 원활한 진행이 어려운 상태입니다.
象曰 係遯之厲는 有疾하야 憊也오 畜臣妾吉은 不可大事也니라.
상왈 계돈지려    유질       비야   휵신첩길    불가대사야
상전에 말하였다. “물러나는데 매여서 위태로움은 병이 있어 고달픈 것이고, 신하와 첩을 길러 길함은 가히 큰 일을 못하는 것이다.”
구삼의 위태로운 상황은 퇴각하고자 하나 초육육이의 제약으로 인해 자유로운 행동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이로 인한 내적 긴장이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비록 신하와 첩을 관리하는 데는 유리하나 중대한 사업을 추진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구사(九四)

好遯이니 君子는 吉코 小人은 否하니라.
호돈       군자   길    소인    부
구사는 좋아도 물러나니 군자는 길하고, 소인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구사는 외괘 건천(乾天)☰의 위치에 있어, 고귀한 품격으로 소인들과 거리를 둘 수 있는 자리에 있습니다. 구사는 비록 초육 음과 상응하는 관계이나, 이는 자연스러운 친화력에 불과합니다. 현재는 소인의 영향력이 증대되는 시기이므로, 군자는 상황의 전체적 맥락을 고려하여 초육 음과의 관계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거리를 유지합니다.
반면, 이 위치에 소인이 있다면 초육 음의 영향력에 취약하여 그들과 동조하게 되어 궁극적으로는 어려움에 처하게 됩니다. 통치자가 명백히 소인의 성향을 보이는 상황에서도, 일부 세력들은 권력에 편승하여 사회의 질서를 흔드는 행태를 보입니다.
象曰 君子는 好遯하고 小人은 否也리라.
상왈 군자    호돈      소인    비야
상전에 말하였다. “군자는 좋아도 물러나고, 소인은 비색할 것이다.”

구오(九五)

嘉遯이니 貞하야 吉하니라.
가돈      정       길
구오는 아름답게 물러나니 바르게 해서 길하다.
구오는 외괘 건천(乾天)☰의 중심적 위치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내괘의 중심인 육이 음과 조화롭게 호응하고 있으나, 육이가 소인의 세력으로 성장함에 따라 구오는 상황을 신중히 판단하여 전략적으로 물러납니다. 이는 단순한 포기나 도피가 아닌, 전체적인 맥락을 고려한 현명한 판단입니다. 군자는 후퇴하는 시점에서도 전체적인 상황을 분석하고 향후 전개될 사태에 대한 대응 방안을 수립합니다.
象曰 嘉遯貞吉은 以正志也라.
상왈 가돈정길    이정지야
상전에 말하였다. “아름답게 물러나 바르게 해서 길함은 뜻을 바르게 하기 때문이다.”

상구(上九)

肥遯이니 无不利하니라.
비돈       무불리
상구는 살찌게 물러나니, 이롭지 않음이 없다.
상구는 외괘 건천(乾天)☰의 최상단에 위치하며, 구삼과 동일한 양의 성질을 지니고 있어 상호 호응하지 않는 관계입니다. 이러한 독립적인 위치로 인해 상구는 결단력 있게 물러날 수 있습니다. 이는 상구에게 매우 유리한 상황입니다. 다른 효들의 경우, 구사초육 음과, 구오는 육이 음과 각각 호응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반면 상구는 구삼 양과 호응하지 않음으로써, 그 행보에 있어 어떠한 제약도 받지 않는 명확한 입지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象曰 肥遯无不利는 无所疑也라.
상왈 비돈무불리    무소의야
상전에 말하였다. “살찌게 물러나 이롭지 않음이 없는 것은 의심할 바가 없다.”

다음 괘

이전 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