괘의
땅 위로 태양이 솟아오르듯이, 일이 잘 풀려 나갈 때일수록 스스로의 밝은 덕을 더욱 잘 밝혀라(自昭明德).
괘명과 괘상
괘의 구조를 분석하면, 외괘는 이화(離火)☲, 내괘는 곤지(坤地)☷로 구성되어 '진(晉)'괘를 형성합니다. 이는 지상에서 태양이 상승하는 현상을 상징하며, 상향적 진보와 발전의 의미를 함축합니다. 이는 곧 사회적 지위의 상승과 개인의 발전을 의미하며, 해당 시기는 발전 과정의 절정기에 해당합니다.
서괘
物不可以終壯이라 故로 受之以晉하고
물불가이종장 고 수지이진
물건이 가히 끝까지 씩씩하지는 못한다. 그러므로 진으로써 받고
대장괘는 강건함과 힘을 상징합니다. 하지만 모든 상황에서 이러한 강한 기운만이 지속될 수는 없으며, 이 강한 힘은 자연스럽게 전진의 동력이 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전진과 발전을 의미하는 진괘(晉卦)가 대장괘의 다음 순서에 위치하게 되었습니다.
괘사
晉은 康侯를 用錫馬蕃庶하고 晝日三接이로다.
진 강후 용석마번서 주일삼접
진(晉)은 나라를 편안케 하는 제후를 말을 많이 주고 하룻날에 세 번 만나도다.
태양이 지평선 위로 떠올라 세상을 밝히듯이, 국가의 안정은 지방 제후들의 효율적인 통치에 기인합니다. 이에 군주는 국가의 안정에 기여한 제후들에게 적절한 포상을 수여합니다. 여기서 '말을 하사한다'는 것은 공적에 대한 보상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군주는 공직자들의 업적을 인정하여 포상하며, 하루에 세 차례까지도 면담을 가져 그들의 공적을 치하하고 국정을 논의합니다. 단전에서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습니다.
단사
彖曰 晉은 進也니 明出地上하야 順而麗乎大明하고 柔進而上行이라.
단왈 진 진야 명출지상 순이리호대명 유진이상행
是以康侯用錫馬蕃庶晝日三接也라.
시이강후용석마번서주일삼접야
단전에 말하였다. “진(晉)은 나아가는 것이니, 밝음이 땅 위로 나와서, 순해서 크게 밝은 데에 걸리고, 유(柔)가 나아가 위로 행한다. 이로써 나라를 편안케 하는 제후를 말을 많이 주고 하룻날에 세 번 만나는 것이다.”
진(晉)은 전진과 발전을 상징합니다. 괘상에서는 이화(離火)☲의 밝은 기운이 곤지(坤地)☷의 대지 위에 발현되어 있으며, 괘덕은 내괘 곤지☷의 순응성과 외괘 이화☲의 광명이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진괘(晉卦)에서 통치자의 위치는 육오효에 있는데, 이는 부드러운 음의 기운이 상승하여 외괘의 중심(中)에 자리잡음으로써 국가 통치의 중심에 위치하게 된 것을 의미합니다.
괘상사
象曰 明出地上이 晉이니 君子 以하야 自昭明德하나니라.
상왈 명출지상 진 군자 이 자소명덕
상전에 말하였다. “밝음이 땅 위에 나온 것이 진(晉)이니, 군자가 이를 본받아 스스로 밝은 덕을 밝힌다.”
진괘(晉卦)의 상은 지상에서 빛나는 광명을 의미합니다. 이를 통해 군자는 자신의 내재된 천성(天性)의 덕성을 계발하고 발현시켜야 함을 배웁니다. 군자의 덕은 이러한 자연의 원리를 실천하는 데서 비롯됩니다. 《대학(大學)》의 삼강령(三綱領)에서도 이러한 원리가 잘 드러나 있습니다.
大學之道는 在明明德하며 在親(新)民하며 在止於至善하니라.
대학의 도는 세 가지 핵심 원칙을 제시합니다. 첫째, 내면의 덕성을 밝게 드러내며, 둘째, 백성들을 교화하여 새롭게 하고, 셋째, 최고의 선(善)에 도달하는 것입니다.
효사 및 효상사
초육(初六)
晉如摧如애 貞이면 吉하고 罔孚라도 裕면 无咎리라.
진여최여 정 길 망부 유 무구
초육은 나아가는 듯 꺾이는 듯함에 바르게 하면 길하고, 믿음이 없더라도 넉넉하게 하면 허물이 없을 것이다.
초육은 내괘 곤지(坤地)☷의 최하단에 위치하여 일반 백성의 위치를 상징합니다. 초육이 진뢰(震雷)☳로 변화할 때 전진의 기운이 나타나지만, 내호괘가 간산(艮山)☶이므로 그 진보가 제한됩니다. 이는 목표를 향해 진취적으로 나아가더라도 때로는 성과를 달성하지 못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구사와의 상응 관계가 존재하나, 진괘(晉卦)에서는 상승 지향적 성향으로 인해 하위 계층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여 구사로부터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개인의 발전은 타인의 도움이 아닌, 스스로의 정도를 걸어가는 것에서 비롯되며, 이러한 올바른 행보가 길함을 가져옵니다.
상위 지도자의 인정과 신뢰를 얻지 못하더라도, 균형 잡힌 마음가짐으로 정도를 걸으면 과실이 없습니다. 현재는 지도자의 신임과 공식적인 임무를 부여받지 못한 상태이므로, 시기적으로 중요한 직무를 수행하기에는 이른 단계입니다.
象曰 晉如摧如는 獨行正也오 裕无咎는 未受命也일새라.
상왈 진여최여 독행정야 유무구 미수명야
상전에 말하였다. “나아가는 듯 꺾이는 듯함은 홀로 바름을 행하는 것이고, 넉넉하게 하여 허물이 없음은 명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육이(六二)
晉如 愁如나 貞이면 吉하리니 受玆介福于其王母리라.
진여 수여 정 길 수자개복우기왕모
육이는 나아가는 듯 근심하는 듯하나 바르게 하면 길할 것이니, 이 큰 복을 그 왕모로부터 받을 것이다.
육이는 내괘의 중정한 위치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전체적인 상승 기운에 맞춰 육이 역시 발전을 도모하고자 하나, 육오 군주와의 음(陰)적 관계 및 간산(艮山)☶ 내호괘의 영향으로 진전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더욱이 육이의 변화가 감수(坎水)☵로 이어져 추가적인 제약이 따릅니다. 그러나 중정의 자세를 견지한다면 길한 결과를 얻을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음(陰)의 성질을 지닌 육오 군주, 즉 왕모(王母)로부터 큰 복을 하사받게 됩니다.
象曰 受玆介福은 以中正也라.
상왈 수자개복 이중정야
상전에 말하였다. “이 큰 복을 받음은 가운데하고 바르기 때문이다.”
육삼(六三)
衆允이라 悔 亡하니라.
중윤 회 망
육삼은 무리가 믿는다. 뉘우침이 없어진다.
象曰 衆允之志는 上行也라.
상왈 중윤지지 상행야
상전에 말하였다. “무리가 믿는 뜻은 위로 가는 것이다.”
구사(九四)
晉如 鼫鼠니 貞이면 厲하리라.
진여 석서 정 려
구사는 나아가는 것이 다람쥐와 같으니, 고집하면 위태할 것이다.
구사는 외괘 이화(離火)☲의 위치에 있으나, 실제로는 외호괘 감수(坎水)☵의 영향 하에 있습니다. 중심적 위치를 확보하지 못했으며, 음의 자리에 양이 위치하여 부적절한 상태입니다. 상위 진급을 희망하나 감수☵의 제약으로 인해 현 위치에서 정체된 상태이며, 이는 마치 다람쥐가 쳇바퀴를 도는 것과 같은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리한 승진 시도는 오히려 위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현대적 맥락에서 이는 기업의 고위 임원직이나 정부의 실장, 차관급 위치에 해당합니다.
象曰 鼫鼠貞厲는 位不當也일새라.
상왈 석서정려 위부당야
상전에 말하였다. “다람쥐가 고집해서 위태로운 것은 자리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육오(六五)
悔 亡하란대 失得을 勿恤이니 往애 吉하야 无不利리라.
회 망 실득 물휼 왕 길 무불리
육오는 뉘우침이 없어질 것인데 잃고 얻음을 근심하지 말 것이니, 감에 길해서 이롭지 않음이 없을 것이다.
육오는 외괘의 중심 위치에 있으나, 양의 자리에 음이 위치하여 통치력이 제한적인 상황입니다. 비록 천하를 밝게 비추는 지도자의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나, 중도를 견지함으로써 이러한 우려는 해소됩니다. 지도자로서는 득실에 연연하지 않고 공정한 중도의 길을 걸으면 됩니다.
백성들은 각자의 능력과 자질에 따라 자연스럽게 성장하므로, 지도자는 개인적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중도를 지켜나가면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됩니다. 육오가 군주의 위치에 있어 이로움을 얻는다는 것은 국가 전체의 번영으로 이어집니다.
象曰 失得勿恤은 往有慶也리라.
상왈 실득물휼 왕유경야
상전에 말하였다. “잃고 얻음을 근심치 말라는 것은 가면 경사가 있을 것이다.”
상구(上九)
晉其角이니 維用伐邑이면 厲하나 吉코 无咎어니와 貞앤 吝하니라.
진기각 유용벌읍 려 길 무구 정 인
상구는 그 뿔에 나아가니, 오직 읍을 치면 위태하나 길하고 허물이 없거니와, 고집하면 인색하다.
상구는 진괘의 최상단에 위치하여 더 이상의 진전이 불가능한 상태에 도달했습니다. 이는 마치 정점에 도달한 상황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이러한 시점에서는 내면의 성찰이 핵심적입니다. '읍을 친다'는 표현은 자아성찰을 통한 내적 수양을 의미합니다. 지금까지 달성한 업적과 위상을 고려할 때, 전진이 제한되어 자기반성에 들어가는 것이 다소 위험해 보일 수 있으나, 이는 궁극적으로 긍정적이며 올바른 선택입니다. 반면, 자기성찰을 거부하고 무리하게 전진을 고수한다면 발전이 저해될 것입니다. 상구는 이미 발전의 정점에 도달했기에, 더 이상의 전진은 오히려 퇴보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象曰 維用伐邑은 道未光也일새라.
상왈 유용벌읍 도미광야
상전에 말하였다. “오직 읍을 친다는 것은 도가 빛나지 못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