괘의
너무 기뻐하다 보면 중심을 잃고 흩어진다. 천하 백성을 모으기 위해서는 백성의 마음을 모으고 국가의 기강을 확립해야 한다(享帝立廟).
괘명과 괘상
외괘가 손풍(巽風)☴, 내괘가 감수(坎水)☵로 이루어진 괘를 '환(渙)'이라고 합니다. 내괘 감수(坎水)☵ 물 위로 바람이 불면서 물결이 출렁이며 만물이 흩어진다는 의미입니다. 이렇게 만물이 흩어지듯이 백성이 흩어지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것이 환괘(渙卦)의 화두(話頭)입니다. 나라의 백성이 마음을 두지 못하고 저마다 흩어질 때, 나라를 다스리는 인군으로서는 백성을 하나로 모으는 방법을 강구해야 합니다.
서괘
兌者는 說也니 說而後애 散之라 故로 受之以渙하고
태자 열야 열이후 산지 고 수지이환
태(兌)란 기뻐함이니, 기뻐한 후에 흩어진다. 그러므로 환(渙)으로써 받고
태(兌)는 기쁨을 상징합니다. 과도한 기쁨은 중심을 잃고 산만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흩어짐을 의미하는 풍수환(風水渙)괘가 중택태괘 다음에 위치하게 되었습니다.
괘사
渙은 亨하니 王假有廟며 利涉大川하니 利貞하니라.
환 형 왕격유묘 이섭대천 이정
환(渙)은 형통하니, 왕이 사당을 둠에 지극히 하며, 큰 내를 건넘이 이로우니, 바르게 함이 이롭다.
환괘(渙卦)는 물 위에 바람이 행하여 만물을 흩어지게 하는 형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는 새로운 질서를 수립하기 위한 과정이므로 형통합니다. 국가의 통치자가 백성들의 분산된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근간이 되는 사당을 정립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입니다. 흩어진 민심(民心)을 통합하고 곤경에 처한 백성을 구제하기 위해서는 큰 강을 건너는 것과 같은 중대한 과업을 수행해야 하며,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는 정도(正道)를 따르는 것이 유익합니다. 단전에서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해설하고 있습니다.
단사
彖曰 渙亨은 剛이 來而不窮하고 柔 得位乎外而上同할새라.
단왈 환형 강 래이불궁 유 득위호외이상동
王假有廟는 王乃在中也오 利涉大川은 乘木하야 有功也라.
왕격유묘 왕내재중야 이섭대천 승목 유공야
단전에 말하였다. “환(渙)이 형통함은 강(剛)이 와서 궁하지 않고, 유(柔)가 밖에서 자리를 얻고 위와 같이 하기 때문이다. 왕이 사당을 둠에 지극히 함은 왕이 이에 가운데에 있는 것이고, 큰 내를 건넘이 이롭다는 것은 나무를 타서 공이 있는 것이다.”
'왕이 사당을 둠에 지극히 한다'는 표현은 구오의 왕이 중심적 위치에서 정도를 실천함을 의미하며, '큰 내를 건넘이 이롭다'는 것은 외괘 손풍(巽風)☴의 나무(陰木)를 활용하여 위기에 처한 백성들을 구제하는 적극적 행위를 상징합니다.
괘상사
象曰 風行水上이 渙이니 先王이 以하야 享于帝하며 立廟하니라.
상왈 풍행수상 환 선왕 이 향우제 입묘
상전에 말하였다. “바람이 물 위에 행함이 환(渙)이니, 선왕(先王)이 이를 본받아 상제께 제사를 올리며 묘당(廟堂)을 세웠다.”
환괘(渙卦)는 외괘의 손풍(巽風)☴이 내괘의 감수(坎水)☵ 위를 행하는 형상을 나타냅니다. 내괘의 감수(坎水)☵는 백성들이 곤경에 처한 상황을, 위로 행하는 바람☴은 이러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을 상징하여, 국가적 위기 상황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선왕(先王)은 국가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체계적인 접근을 취했습니다. 먼저 상제(上帝)께 제사를 올리고 묘당(廟堂)을 설립하여 국가의 정신적 기반을 확립했으며, 이를 통해 국가 체제를 공고히 하고 백성들의 단합된 의지를 이끌어냈습니다. 《맹자(孟子)》 「이루장구상(離婁章句上)」에서는 이와 관련된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孟子曰 桀紂之失天下也는 失其民也니 失其民者는 失其心也라. 得天下 有道하니 得其民이면 斯得天下矣리라 得其民이 有道하니 得其心이면 斯得民矣리라. 得其心이 有道하니 所欲을 與之聚之오 所惡를 勿施爾也니라.
맹자께서 다음과 같이 언급하셨습니다. "걸왕과 주왕이 통치권을 상실한 근본적인 원인은 백성들의 지지를 잃었기 때문입니다. 백성들의 지지를 잃었다는 것은 곧 그들의 신뢰를 잃었음을 의미합니다. 통치의 성공에는 분명한 원칙이 있습니다. 백성들의 지지를 확보하면 자연스럽게 통치권도 확보됩니다. 백성들의 지지를 얻는 데에도 원칙이 있으니, 그들의 신뢰를 얻으면 지지도 따라오게 됩니다. 신뢰를 얻는 방법 또한 명확합니다. 백성들이 원하는 바를 제공하여 단결을 도모하고, 그들이 원치 않는 바는 실행하지 않는 것입니다."
효사 및 효상사
초육(初六)
用拯호대 馬 壯하니 吉하니라.
용증 마 장 길
초육은 구원하되 말이 건장하니 길하다.
풍수환(風水渙)괘에서 도탄에 빠진 초육 백성을 구원하는 존재는 구이(九二)입니다. 구원의 방식을 살펴보면, 내괘가 감수(坎水)☵로 물이므로, 내호괘 진(震)☳ 양목(陽木)으로 노를 제작하고 외괘 손(巽)☴ 음목(陰木)으로 배를 만들어, 진☳으로 노를 저어 초육 백성을 구제합니다. 이후 외호괘 간산(艮山)☶으로 백성을 옮기고 외괘 손☴ 음목의 배에 태워 바람을 타고 강물을 건너게 됩니다.
象曰 初六之吉은 順也일새라.
상왈 초육지길 순야
상전에 말하였다. “초육의 길함은 순하기 때문이다.”
구이(九二)
渙에 奔其机면 悔 亡하리라.
환 분기궤 회 망
구이는 흩어짐(渙)에 그 책상에 달려가면 뉘우침이 없어질 것이다.
구이는 음 자리에 양으로 존재하여 위치가 적절하지는 않으나, 내괘에서 중심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수해가 발생하여 백성들이 분산되는 상황에서, 구이는 초육의 백성들을 구조하기 위해 신속히 움직입니다. 내호괘가 진뢰(震雷)☳로 양목(陽木)의 성질을 지니고 있어 책상(机)과 달려감(奔)의 의미가 도출됩니다. '그 책상에 달려간다'는 표현은 이중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첫째로는 긴급 상황에서 나무 책상이라도 활용하여 구조에 임하라는 실용적 의미이며, 둘째로는 책상이 하층에 위치한 물건임을 고려할 때 백성들에게 즉각 달려가 구조하라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백성 구제의 의지를 통해 후회 없는 결과를 얻게 됩니다.
象曰 渙奔其机는 得願也라.
상왈 환분기궤 득원야
상전에 말하였다. “흩어짐에 그 책상에 달려감은 원함을 얻는 것이다.”
육삼(六三)
渙에 其躬이 无悔니라.
환 기궁 무회
육삼은 흩어짐(渙)에 그 몸이 뉘우침이 없다.
육삼은 양의 자리에 음이 위치하여 부적절한 위치에 있으며, 중심에서 벗어난 상태입니다. 내괘의 감수(坎水)☵로 인한 수해 상황에서, 육삼은 물 위에 위치하여 자신의 안위만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육삼은 본질적으로 약한 음의 성질을 지니고 있어, 구이와 같이 초육의 백성들을 구제할 역량이 부족하여 자기 보존에만 집중하게 됩니다. 이는 부적절한 위치와 중심성의 결여로 인한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象曰 渙其躬은 志在外也일새라.
상왈 환기궁 지재외야
상전에 말하였다. “‘흩어짐에 그 몸’이라는 것은 뜻이 밖에 있기 때문이다.”
내괘에서 감수(坎水)로 흩어지는 상황에서 육삼이 아래 백성을 구하지 못하고 자신의 몸을 생각하는 것은 외부에서 육삼 자신을 구해줄 상구에게 의지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육사(六四)
渙에 其群이라. 元吉이니 渙에 有丘 匪夷所思리라.
환 기군 원길 환 유구 비이소사
육사는 흩어짐(渙)에 그 무리이다. 크게 길하니, 흩어짐(渙)에 언덕이 있음이 평범한 이들이 생각할 바가 아닐 것이다.
육사는 음의 자리에 음으로 위치하여 적절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구오 군주의 명령을 받들어 국가를 통치하는 대신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외호괘가 간산(艮山)☶인 관계로 내괘의 수해 상황에서도 안전한 고지대로 피난할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혼란한 상황 속에서도 육사를 중심으로 질서가 유지됩니다.
象曰 渙其群元吉은 光大也라.
상왈 환기군원길 광대야
상전에 말하였다. “흩어짐에 그 무리를 지어 크게 길함은 빛나고 큰 것이다.”
구오(九五)
渙에 汗其大號면 渙에 王居니 无咎리라.
환 한기대호 환 왕거 무구
구오는 흩어짐(渙)에 그 크게 부르짖음을 땀나듯이 하면, 흩어짐(渙)에 임금이 거하니 허물이 없을 것이다.
구오는 외괘에서 중심적이고 정당한 군주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양의 기운이 적절한 자리에 위치하여 안정적입니다. 대홍수로 인해 백성들이 흩어지는 위기 상황에서, 군주는 백성들에게 안전한 거처를 제시하기 위해 전력을 다합니다. 백성들이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구오가 군주로서 백성들을 구제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니 잘못됨이 없습니다.
象曰 王居无咎는 正位也라.
상왈 왕거무구 정위야
상전에 말하였다. “왕이 거하니 허물이 없음은 자리가 바른 것이다.”
상구(上九)
渙에 其血이 去하며 逖에 出하면 无咎리라.
환 기혈 거 척 출 무구
상구는 흩어짐(渙)에 그 피가 가며, 두려운 데서 나가면 허물이 없을 것이다.
象曰 渙其血은 遠害也라.
상왈 환기혈 원해야
상전에 말하였다. “흩어짐에 그 피가 가는 것은 해로움을 멀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