괘의
제도를 개혁하고 사회를 변화시킬 때에는 대자연의 섭리에 맞추어 밝게 고쳐야 한다(治歷明時).
괘명과 괘상
외괘가 태택(兌澤)☱, 내괘가 이화(離火)☲로 이루어진 괘를 '혁(革)'이라고 합니다. 이는 바꾼다, 고친다, 개혁한다는 의미입니다. 연못 속에 불이 있어 기존의 상황을 완전히 변화시키는 상을 나타냅니다. 앞서 수풍정(水風井)괘에서는 '읍(邑)은 고치되 우물은 고치지 않는다'라 하여 민생(民生)의 근본인 우물의 원리에 대해 논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읍(邑)을 어떻게 고쳐야 하는가? 국가의 정치제도와 사회제도의 개혁 방안을 바로 혁괘(革卦)에서 상세히 다루고 있습니다.
서괘
井道 不可不革이라 故로 受之以革하고
정도 불가불혁 고 수지이혁
우물의 도는 가히 고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혁괘(革卦)로써 받고
앞서 수풍정(水風井)괘에서는 '우물을 치면 허물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민생의 근본인 맑은 물을 만인이 음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우물의 도, 즉 제도를 새롭게 개혁해야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개혁을 의미하는 혁괘(革卦)를 정괘(井卦) 다음에 배치되었습니다.
괘사
革은 已日이라아 乃孚하리니 元亨코 利貞하야 悔 亡하니라.
혁 이일 내부 원형 이정 회 망
혁(革)은 이미 날이어야 이에 믿을 것이니, 크게 형통하고 바르게 함이 이로워서 뉘우침이 없어진다.
잘못된 사회와 제도를 변화시키는 것은 개혁의 필요성이 성숙한 시점에서 실제 변화가 이루어진 후에야 백성들의 신뢰를 얻게 됩니다. 부적절한 것을 개선하는 것이므로 큰 발전을 이룰 수 있으나, 새로운 제도와 사회를 구축하는 과정에서는 기존 질서의 기득권층으로부터의 저항이 예상되므로 정당한 방향으로 진행하는 것이 유익하며, 이에 따라 후회가 없어지게 됩니다. 단전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단사
彖曰 革은 水火 相息하며 二女 同居호대 其志不相得이 曰革이라.
단왈 혁 수화 상식 이녀 동거 기지불상득 왈혁
已日乃孚는 革而信之라.
이일내부 혁이신지
文明以說하야 大亨以正하니 革而當할새 其悔 乃亡하니라.
문명이열 대형이정 혁이당 기회 내망
天地 革而四時 成하며 湯武 革命하야 順乎天而應乎人하니 革之時 大矣哉라.
천지 혁이사시 성 탕무 혁명 순호천이응호인 혁지시 대의재
단전에 말하였다. “혁(革)은 물과 불이 서로 쉬게 하며, 두 여자가 함께 거처하되 그 뜻을 서로 얻지 못함이 가로되 혁(革)이다. ‘이미 날이어야 이에 믿음’은 고쳐서 믿게 함이다. 문명하고 기뻐하여 크게 형통하고 바르니, 고쳐서 마땅하기 때문에 그 뉘우침이 없어진다. 천지가 고쳐서 사시가 이루어지며, 탕왕(湯王)과 무왕(武王)이 명을 바꾸어서 하늘에 순종하고 백성에게 응하니, 혁(革)의 때가 크도다.”
외괘가 태택(兌澤)☱로 연못의 물을 나타내고 내괘가 이화(離火)☲로 불을 나타내니, 물과 불이 서로 멸식(滅息)하는 것이 택화혁(澤火革)괘입니다. 또한 태(兌)☱ 소녀와 이(離)☲ 중녀가 같이 거처하고 있으나, 상대방의 뜻을 서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이 혁(革)입니다. '이미 날이어야 이에 믿는다'는 것은 바라던 변화가 이루어졌기에 믿게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괘의 덕으로 말하면 내괘 이화☲로 문명을 이루고 외괘 태택☱으로 기쁨을 얻어 크게 형통하고 바르게 되니, 변화가 마땅하게 이루어져 그로 인한 뉘우침이 사라지게 됩니다.
천지(天地)도 그 기운을 변화시키면서 춘하추동의 사시(四時)를 이루고 있습니다. 탕왕(湯王)이 하(夏)나라의 폭군 걸왕(桀王)을 정벌하여 은(殷)나라를 건국하였고, 무왕(武王)이 은(殷)나라의 폭군 주왕(紂王)을 정벌하여 주(周)나라를 수립하였습니다. 이러한 혁명은 모두 하늘의 이치에 순응하고 백성의 민심에 부합하여 이루어진 것이니, 혁명의 시기가 지닌 중대성이 매우 크다고 하겠습니다.
괘상사
象曰 澤中有火 革이니 君子 以하야 治歷明時하나니라.
상왈 택중유화 혁 군자 이 치력명시
상전에 말하였다. “연못 가운데 불이 있는 것이 혁(革)이니, 군자가 이를 본받아 책력(冊曆)을 다스리고 때를 밝힌다.”
외괘 태택(兌澤)☱의 연못 속에 내괘 이화(離火)☲의 불이 존재하는 것이 혁(革)입니다. 연못에 고여 있는 부패하고 타락한 물을 정화하려는 불꽃이 연못 속에서 부글거리고 있어, 이는 변화의 시기가 도래했음을 의미합니다. 군자는 이러한 현상을 관찰하고 본받아 새로운 시대를 대비하는 체계적인 계획을 수립하며, 이에 따른 구체적인 일정을 마련하여 각 상황에 적합한 방식으로 명확하게 다스려 나갑니다.
예전에는 혁명(革命)을 단행하면서 책력(달력)을 개정하여 정통성을 확립하였습니다. 그러나 현대에 있어서는 국가와 국민의 발전을 위한 중장기적 계획을 수립하고, 우선순위에 따른 사업을 체계적으로 준비하여 단계별 일정에 맞춰 정책을 시행해 나가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입니다.
효사 및 효상사
초구(初九)
鞏用黃牛之革이니라.
공용황우지혁
초구는 굳게 누런 소의 가죽을 쓴다.
초구는 연못 속 불기운의 아래에 위치하여 아직 때가 무르익지 않은 상태입니다. 혁명을 향한 강렬한 의지가 있으나 시기상조이므로, 황소 가죽과 같이 견고하게 그 마음을 단단히 지켜야 합니다. 시기가 성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개혁을 시도하면 실패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굳건히 침묵을 지키며 적절한 시기를 기다려야 합니다. 초구가 변화하여 내괘가 간산(艮山)☶이 되면, 혁명의 의지가 있더라도 전진하지 말고 멈추어 있어야 합니다.
象曰 鞏用黃牛는 不可以有爲也일새라.
상왈 공용황우 불가이유위야
상전에 말하였다. “굳게 누런 소를 씀은 가히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육이(六二)
已日이어야 乃革之니 征이면 吉하야 无咎하리라.
이일 내혁지 정 길 무구
육이는 이미 날이어야 이에 고치니, 가면 길해서 허물이 없을 것이다.
육이는 내괘 이화(離火)☲에서 중정한 자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변화를 향한 열망이 무르익은 상태입니다. 또한 외괘에서 중정한 구오 대인과 호응하여, 아래 백성의 열망이 무르익어 혁명을 단행하기에 적절한 시기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그 시기가 도래하여 혁명을 추진하고자 나아가니 길하여 허물이 없습니다. 육이가 변화하면 지괘(之卦)가 택천쾌(澤天夬)가 되어 결단을 상징하게 됩니다. 바로 육이가 혁명의 주체가 됩니다. 시기적절하게 상하가 호응하여 혁명을 일으키니 그 결과는 아름답게 이루어집니다.
象曰 已日革之는 行有嘉也라.
상왈 이일혁지 행유가야
상전에 말하였다. “이미 날이어서 고침은 감에 아름다움이 있는 것이다.”
구삼(九三)
征이면 凶하니 貞厲할지니 革言이 三就면 有孚리라.
정 흉 정려 혁언 삼취 유부
구삼은 가면 흉하니, 바르게 하고 위태하게 여길 것이니, 고치자는 말이 세 번 나아가면 미더움이 있을 것이다.
구삼은 혁명을 일으키는 상황에서 중정한 상태를 벗어나 있습니다. 양 자리에 양으로 있어 강하기만 하니, 자칫하면 강함을 믿고 혁명을 도모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무턱대고 혁명을 일으키면 실패하여 흉하게 되니, 바르게 하고 위태로운 마음을 가지고 조심해야 합니다.
그러나 사방에서 고쳐야 한다는 말이 여러 번 나오면 혁명의 때가 무르익었음을 의미하고, 또한 모두가 구삼을 따르니 믿음을 두고 혁명을 일으킵니다. 사방에서 고치자고 하니, 그러한 백성의 마음을 두고 어디를 가겠습니까? 백성의 뜻에 따르는 것입니다. 구삼이 변하면 지괘(之卦)가 택뢰수(澤雷隨)괘가 되니, 모두가 따르는 상입니다.
象曰 革言三就어니 又何之矣리오.
상왈 혁언삼취 우하지의
상전에 말하였다. “고치자는 말이 세 번 나아가니 또 어디를 가겠는가?”
구사(九四)
悔亡하니 有孚면 改命하야 吉하리라.
회망 유부 개명 길
구사는 혁명의 시기에 중요한 대신(大臣)의 위치에 있습니다. 음의 자리에 양이 위치하여, 변혁의 과정에서 일시적인 우려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변화가 완성되면 그러한 우려는 자연스럽게 해소됩니다. 따라서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새로운 미래를 신뢰하면서, 시대의 요구에 맞게 제도를 개선하여 길한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내괘가 변화를 추구하는 상황이고 외괘로 이어지면서 그 변화가 실현되니, 이는 새로운 제도의 수립을 의미합니다. 구사가 수화기제(水火旣濟)괘로 변화하는 것은 혁신이 성공적으로 완수되었음을 나타냅니다.
象曰 改命之吉은 信志也일새라.
상왈 개명지길 신지야
상전에 말하였다. “명을 고쳐서 길함은 뜻을 믿기 때문이다.”
구오(九五)
大人이 虎變이니 未占애 有孚니라.
대인 호변 미점 유부
구오는 대인이 호랑이로 변하니, 점을 하지 않음에 믿음이 있다.
구오는 변혁기에 외괘에서 균형 잡힌 위치에 있는 지도자를 상징합니다. 이러한 시기에는 기존의 체계가 재정립되므로, '왕' 대신 '대인(大人)'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이 지도자는 호랑이와 같은 강인한 변화의 모습을 보이며 세상을 이끌어 갑니다. 그의 행보는 별도의 확인이나 의심 없이도 자연스럽게 신뢰를 얻게 되는데, 이는 그의 변혁적 리더십이 지닌 덕성이 분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象曰 大人虎變은 其文이 炳也라.
상왈 대인호변 기문 병야
상전에 말하였다. “대인이 호랑이같이 변함은 그 무늬가 빛나는 것이다.”
상육(上六)
君子는 豹變이오 小人은 革面이니 征이면 凶코 居貞이면 吉하리라.
군자 표변 소인 혁면 정 흉 거정 길
상육은 군자는 표범으로 변하고, 소인은 낯만 고치니, 가면 흉하고 바른데 거하면 길할 것이다.
구시대가 지나고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상황에서, 구오의 중정한 대인은 호랑이와 같이 변화하여 새 시대를 이끌어가는 주체가 됩니다. 상육의 군자는 표범과 같이 변화하여 대인과 함께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가는 일에 동참하게 됩니다. 그러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소인은 시대가 변함에도 외양만 수정할 뿐 본질적인 변화를 이루지 못하니, 이러한 태도로는 변화된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여 흉한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소인은 바른 곳에 머물러야만 길합니다. 군자가 대인과 함께 큰 일을 도모하여 그 무늬가 왕성해지는 것과 달리, 소인이 표면만 바꾸는 것은 단순히 군주를 순종적으로 따르는 것에 불과합니다.
象曰 君子豹變은 其文이 蔚也오 小人革面은 順以從君也라.
상왈 군자표변 기문 위야 소인혁면 순이종군야
상전에 말하였다. “군자가 표범같이 변함은 그 무늬가 성한 것이고, 소인이 낯만 바꿈은 순해서 인군을 좇는 것이다.”